[전영수의 로컬리즘] 산골마을 ‘미래편의점’

2025-04-01

일본에 다녀왔다. 소멸경고에 맞선 지역부활의 호평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입소문(문헌조사)만큼은 합격점 이상인 곳만 취사선택했다. 필요한 건 현장의 느낌과 평가의 빈틈이다. 개인경험상 침소봉대의 과장광고도 적잖다. 냉정한 판단과 확실한 근거는 현장에서 챙겨진다. 설명은 깔끔하고, 현장은 갖춰졌다. 준비된 결과다. 그만큼 탐방 발길은 잦다. 의문은 이때부터다. ‘이게 과연 성공적인가’로 요약된다. 약간의 실망만큼 덧대진 희망이 솟구친다. 차라리 우리네 재생사업이 더 낫다는 자신감도 붙는다.

해외 사례의 단순 비교와 벤치마킹은 신중한 편이 좋다. 겉은 닮아도 속은 다르다. 흔히 차용되는 일본샘플은 더 그렇다. 똑같은 재생사업일지언정 인식·문화·공기가 달라 붙여넣기는 금물이다. 교훈과 힌트면 충분하다. 고정관념, 기존루트를 깬 달라진 방식이면 충분한 연구대상이다. 희귀 사례면 금상첨화다. 이번 탐방에선 산골마을의 ‘미래편의점’이 관련한 유력후보로 손꼽혔다. 지역재생의 새로운 방법론을 기획·실행한 사례답다. 자본도, 주체도, 방법도 표준편차 밖이다. 그간의 상식·루트는 좀체 찾아볼 수 없다. 해서 혁신이란 단어와 어울린다.

미래편의점. 산골마을의 실존 간판명이다. 시코쿠(四国)의 티베트답게 산간벽지(木頭村)에 위치한 편의점이다. 내·외관은 생뚱맞게 고급지다. 미스매칭·불협화음을 숨길 수 없다. 다만 노림수였다. 산골오지의 고급점포는 눈길·발길을 끌어모은 일등공신이다. 떠나버린 한계취락에 부활의 기적이 꿈틀대는 기획력의 산물이다. 덕분에 11건의 국내외 디자인상까지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의점’으로 불린다. 2020년 국도변 폐교를 개조해 열였는데, 지역재생의 신모델로 관심을 끌어모은다. 한국에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인구 937명(2024년)의 마을에 1만6581명(2023년)의 방문객이 찾는다는 식의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서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 정도로 성공운운이 타당한가의 물음이다. 독특한 건 맞는데, 성공 평가는 애매하다. 인구는 줄었고, 영업은 적자다. 연결 가치, 집합 성과를 위해 숙박·체험 시설도 오픈했지만, 그간 쏟은 16억엔을 보건대 마이너스다. 모든 걸 기획한 후지타 야스시(藤田恭嗣)에게 물었다. 연매출 1조원 안팎의 상장사(Media Do) 대표로 이곳이 고향이다. 벤처사업가로 유명하다. “지역재생은 열정과 스킬의 복합체계로 명분과 스토리의 비즈니스”라고 받아친다. 창업 초기부터 자칭 ‘유자의 후지타’로 커왔기에 고향소멸의 방어 비책을 실현할 숙명이었다는 얘기다.

성공 판단은 스스로 경계한다. 현재진행형일 뿐 갈 길은 멀다. 결국 ‘사회질서’까지 닿는다. ‘지역재생+비즈니스’는 인구감소를 넘어 사회문제까지 풀어낼 신시대 질서로 규정된다. 그러니 중간 수치에 연연하지 말라는 쪽이다. 독특하되 설득적이다. 적어도 행정주도·민관협치·기업지원의 기존 방식과는 확실히 다르다. 중요한 건 새로운 접근과 달라진 방식이 갖는 의미와 파장이다. 정리하면 5가지 투입가치다. ▲기업가 정신 ▲지역 특산물 ▲편의점 모델 ▲전문협업체 ▲스토리텔링 등이다.

자수성가 기업가가 본인 자본을 태워 지역자산을 경쟁력으로 최고의 프로와 협업해 대의명분을 스토리로 엮어낸 신재생모델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미래편의점은 돈벌이보다 스토리다. 브랜딩전략과 같다. 이때 지역부활은 필연이란 입장이다. 중요한 건 우리다. 미래편의점 한국판은 어떻게 가능할까?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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