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가 더 어렵습니다. 2021년 테더(USDT) 중국 부동산 이슈, 2022년 루나 사태, 2023년 서클(USDC) SVB 은행 파산 사태가 이를 방증합니다. 핵심은 투명한 담보와 신뢰입니다.”
홍성인 비씨랩스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 미래 모임)'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가상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스테이블코인의 성패는 담보 투명성·신뢰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 이후 확장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을 잇는 가교 통화로 자리 잡았으며, 달러 패권을 연장하는 수단이자 결제 인프라 혁신의 촉매라고 진단했다.
홍 대표는 “무언가를 주고받을 때 그 기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할 필요가 없는 기술은 현재로선 블록체인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초창기부터 비트코인에 신뢰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학적 합의와 분산원장 구조가 '사실 증명' 역할을 수행하면서 비트코인은 거래 증빙의 정확성을 담보한 기술적 토대 위에서 커졌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의 가치는 투자 목적을 넘는다는 뜻이다.
스테이블코인 확산 배경에 대해서 홍 대표는 “비트코인은 화폐로 쓰기 어려운 점이 있어 가격 변동성이 크고, 블록 생성·기록 과정이 느려 결제에 부적합하다”면서 “이러한 구조적 불편이 실물 결제 확산의 발목을 잡았고, 이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USDT·USDC 등 달러 연동형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황을 제시하며, 가격 안정성과 결제 편의성이 스테이블코인 수요의 본질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홍 대표는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의 한계와 담보 투명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USDC의 SVB 사태 등 사례는 담보 구성과 상환 메커니즘,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수요를 구조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준비금 대부분이 달러 자산이고 운용이 미 국채 중심으로 이뤄지며, 결제·정산에서 달러 사용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수요의 구조적 변수로 다뤄질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면서 “즉시 정산, 프로그래머블 결제, 24시간 운영 등 특성이 전통 결제 인프라의 제약을 보완한다”고 언급했다.
스테이블코인과 달러패권의 상관관계도 짚었다. 홍 대표는 “화폐가치가 꾸준히 줄어드는 환경에서 현금을 그대로 들고 있기보다 다른 자산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커졌다”면서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달러 패권과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연결하진 않았지만, 단기 국채 수익률이 5%대 중반까지 올랐던 구간을 지나면서 그림이 달라졌다”라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현금 보유 매력이 떨어지자 자금이 미국 단기국채·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이동했고, 여기에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이 단기국채(T-bill))에 대거 편입되면서 미 국채에 '새로운 구조적 수요'가 생겼다는 뜻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 홍 대표는 “달러 패권을 결정짓는 신뢰·유동성·제도 안정성을 CBDC가 근본적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개발도상국에서 달러 접근성 개선과 저비용 국제송금 등 실사용 영역에서 이미 효용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토큰화 시대에서 미래 디지털자산의 흐름도 짚었다. 홍 대표는 “ST(증권형 토큰)라고 부르기도 하고 RWA(실물 연계 자산)라고 하기도 하는데, 부동산·금·공모 지분 같은 실물 기반 토큰이 계속 생길수록 이를 담보 자산으로 인정해 맡길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려면 은행처럼 가져온 부동산 담보가 정말 안전한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이 검증 생태계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도 RWA에 관심을 가지면서 부동산 토큰 발행이 늘고 있고, 이런 흐름은 은행과 증권사가 하던 일을 온체인에서 하나씩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맥락에 대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의미도 강조했다. 홍 대표는 “핵심은 명확한 활용사례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거래 규모가 커졌다고 해도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처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80~90%가량이 가상자산 매매 과정에서 소요되는 유동성으로 쓰이고, 블록체인상에서 무역대금 결제인지 단순 매매 유입인지 식별하기 어려워 통계적으로도 명확히 분류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실물·공공 영역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례가 필요하다고 봤다. 예컨대 코나아이 지역화폐 연계 모델처럼 지역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해 지급·정산을 자동화하고, 정책지원금·환급·포인트 등 단절된 자금 흐름을 한 인프라에서 연결하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끝으로 그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 돈의 형태를 언급했다. 홍 대표는“기계에서 기계 간 거래는 24시간 글로벌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에게 돈은 막힘 없이 프로그래머블해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조건부 결제와 자동 지불 등 프로그래머블 머니 특성을 통해 AI 네이티브 결제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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