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첫 타이틀까지 22년이 걸릴 줄은 몰랐다. 그게 홀드 타이틀일 줄은 더 몰랐다. SSG 노경은(40)은 26일 KBO 시상식에서 홀드상을 받았다. 그는 트로피를 손에 들고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몸은 거짓말 안 한다. 루틴에 맞춰 열심히 해서 꾸준히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타이틀 수상소감에서도 그는 ‘루틴’을 말했다.
노경은은 올 시즌 불펜 투수로 리그 최다 경기(77경기), 최다 이닝(83.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90에 8승 5패 38홀드를 기록했다. 홀드 1위를 차지하며 KBO 역사상 40대 선수 첫 개인 타이틀 홀더가 됐다.
노경은은 “홀드로 상을 받을 거라고는 꿈도 꿔보지 못했다. 선발로 하다가 도태되면 롱릴리프, 거기서도 도태되면 방출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불펜에서 필승조로 던져본 적도 없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2003년 데뷔 이후 꾸준히 프로 생활을 했지만 에이스는 아니었고, 마무리도 아니었고, 그의 말대로 불펜 필승조도 아니었다. 2012년과 2013년 2시즌 연속 선발로 10승을 올리며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길지 않았다.
노경은은 “옛날 방황했던 시절이 필름처럼 돌아간다.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 계속 반성하게 된다. 22년이나 걸려 상을 받은 게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가장 후회스런 시절이 2시즌 연속 선발 10승을 올렸던 그때다. 노경은은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땅을 치고 싶다. 시즌 끝나고 많이 던졌으니 그냥 운동은 가볍게 했다. 마사지 받고, 월풀하면서 비시즌을 보냈다”고 말했다. ‘쉬는 것도 운동’이라고 합리화를 했지만, 대가가 참혹했다. 2014시즌 그는 평균자책점 9.03으로 추락했다. 3승 15패로 리그 최다패 불명예까지 떠안았다.
꾸준한 루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큰 대가를 치르고 알았다. 부진한 성적으로 근근이 버텨가면서도 노경은은 조금씩 자기 몸을 새롭게 만들어갔다. 노경은은 “지금도 시즌 끝나면 야구공을 던지는 대신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계속한다. 더 무거운 공을 던지면서 몸을 만들면 시즌 들어가서 야구공이 훨씬 더 가볍게 느껴진다. 야구공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근력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거르지 않는다. FA 협상 중이던 최근까지 그는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노경은은 “계약 중이라 밖으로 나가기도 눈치 보이고 해서 아파트 헬스장을 끊었다. 주민분들도 많이 안 오시더라. 넓게 쓸 수 있어서 운동하기 참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40세, 내년이면 41세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그보다 나이 많은 선수는 한 손에 꼽는다. 노장이란 수식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노경은은 “노장을 노장이라고 하지 어떡하겠느냐”며 “베테랑이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게 더 부담스럽다. 베테랑이라고 하면 정말 잘해야 한다는 느낌 아니냐. 노장이라고 하면 팬들도 조금 더 너그럽게 봐주실 것 같다”고 웃었다. 노경은이 노장이란 말을 거리끼지 않는 건 그만큼 몸에 자신이 있어서다. 팀 후배들과 비교해도 아직 체력 테스트에서 밀리지 않는다.
노경은은 지난 22일 SSG와 ‘2+1년’ 총액 2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길면 43세까지 더 현역으로 뛴다. 물론 그 이후 재계약 역시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최고령 기록 욕심은 없을까. 노경은은 “KIA (최)형우 형이 만날 때마다 자기는 끝까지 야구 계속할 거라고 ‘최고령은 포기해라’ 하고 농담을 한다”고 웃었다. 최형우는 올해 41세로 노경은보다 한 살 위다. KBO 역대 최고령 출전 기록은 한화 송진우의 43세 7개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