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년 여름 한국과 2025년 미국, 월드컵 개최 1년 전 불안과 기대는 반복된다.”
가디언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국, 2026년 북중미월드컵 개최국 미국의 상황을 표현한 문구다.
가디언은 12일 “2026년 FIFA 월드컵 개막을 1년 앞둔 지금, 미국 대표팀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향한 시선은 엇갈린다”며 “팬들의 기대 속에 불거지는 의문은 23년 전 한국의 구스 히딩크 감독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고 전했다.
2001년 여름 한국은 프랑스와 체코에 연달아 0-5 대패를 당하며 국내 언론의 조롱 섞인 비판을 받았다. 히딩크는 당시 ‘오대영’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술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샀다. 그러나 1년 뒤,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하며 4강에 진출했고, 히딩크는 한국 사회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가디언은 “현재 미국 대표팀을 맡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 역시 혹독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최근 골드컵 결승에서 멕시코에 패하며 ‘슈퍼스타 없는 스쿼드’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2026년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포체티노가 히딩크처럼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히딩크는 경기 결과보다 팀의 준비 과정에 중점을 뒀다. 가장 피지컬이 좋고, 가장 신선한 팀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히딩크는 선수단의 체력과 집중력 극대화에 집중했다. 실제로 그는 2002년 본선을 치르며 “내가 지도한 어떤 팀보다 이 팀이 가장 준비가 잘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히딩크는 선수단 내 파벌, 연령 위계질서 등 조직 내부 문제를 해체하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 23인 중 16명이 국내파였고, 대부분이 수도권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소집이 가능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반면, 포체티노는 유럽 및 해외파 위주의 대표팀 구성과 촘촘한 국제일정 탓에 선수단을 장기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은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북중미 골드컵에 초청국으로 참가했다. 2000년에는 캐나다와 동률을 이루고도 동전 던지기에서 탈락했고, 2002년에는 조 2위로 8강에 올라 멕시코를 승부차기 끝에 꺾었으며, 코스타리카에 패해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은 히딩크에게 큰 자산이 됐다. 그는 북중미 강호들을 상대로 실전 데이터를 확보했고, 선수들이 국제 대회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했다. 비록 골 결정력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지만, 체계적인 수비와 체력은 당시에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을 일본과 공동 개최했다. 미국은 캐나다, 멕시코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며 비슷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멕시코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일삼으며 외교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은 오히려 ‘경쟁 구도’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히딩크는 당시 K리그 중심의 선수단을 바탕으로 클럽처럼 끈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반면, 포체티노는 해외파 위주의 구성, 거대한 지리적 규모, 짧은 소집 기간 등 제약이 크다.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유럽이나 남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국내파는 그 비중이 작다. 게다가 MLS 시즌은 유럽과 달라 일정 조율에도 어려움이 있다.
2002년 6월 4일 한국은 폴란드를 2-0으로 꺾으며 월드컵 첫 승리를 거뒀다. 가디언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짧은 시간 안에 체계적으로 완성된 팀이 어떤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경기였다”고 회고했다. 미국 대표팀 역시 지금은 지역 우위를 잃었지만, 홈 월드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졌다. 가디언은 “포체티노가 남은 1년 동안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히딩크의 사례는 분명한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단, 그 가능성은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