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철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방어권 철저히 보장’ ‘윤 대통령 불구속 수사’ 등을 권고하는 내용의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안건에는 “세부적인 계엄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잘못되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라는 배경 설명도 담겼다.
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보면 이 같은 내용이 권고 사안으로 담겨 있었다. 이 안건은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 등이 제출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이 안건을 오는 13일 전원위에 상정하는 것을 이날 결재했다.
안건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국회의장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를 철회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도록 할 것’ ‘헌법재판소장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다른 탄핵심판 사건들에 앞서 신속하게 심리하고 결정할 것’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피청구인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할 것’ ‘180일의 (탄핵)심판기간에 얽매이지 말 것’ 등이 담겨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원장·중앙지역군사법원장 등을 상대로는 ‘수사기관의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할 것’ 등을 권고했다. 검찰총장·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국가수사본부장을 상대로는 체포와 관련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 안건에는 ‘검찰총장·공수처장 등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범죄 수사에 있어 불구속 수사를 할 것과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돼 있었다.
안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는 계엄 선포를 옹호하는 듯한 취지의 내용도 있었다. ‘계엄 선포는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결심한 이상 국방부 장관 등이 그러한 대통령의 결심을 뒷받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계엄이 선포되고 지속된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큰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사례가 없고 기물 파손 정도도 경미해 체포되거나 구금된 사람도 없다’며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인권위법 25조는 인권위가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 이 안건의 ‘인권 관련성’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해제, 국회의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거듭된 탄핵소추안 발의,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 심리,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신병구속과 형사재판 진행, 대규모 군중 시위 등은 인권적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쟁점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 등도 인권 침해와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3일 전원위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직권조사 건’을 비공개로 심의해 기각했다. 안 위원장은 계엄 선포 8일 만에 계엄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맹탕 성명’을 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의 문제”라며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은 국가에 의한 개인의 권리 침해 문제에 적용되는 것이고, 탄핵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미화 의원은 “인권위가 내란방관을 넘어 내란수괴 윤석열을 변호하는 집단이자 내란공범 세력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인권위 해체를 촉발시키고 있는 안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