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기적 같은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서는 전쟁으로 무너진 스포츠 생태계를 복구하는 데만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남 아시아 대표 매체 알자지라는 10일 “오만과의 최종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팔레스타인 대표팀은 전례 없는 결속과 투지로 아시아 최종예선 문턱까지 도달했다”며 “그러나 가자에서는 축구장을 비롯한 체육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고, 수백 명의 체육인들이 목숨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전했다.

75세 샤케르 사피는 폐허가 된 집에서 아들 무함마드의 과거 사진들을 보면서 “아들은 팔레스타인 대표팀을 꿈꿨다”며 “스포츠가 젊은이들을 절망에서 구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전쟁이 그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지역 클럽을 이끌며 유소년들을 지도한 아들은 2023년 11월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는 알악사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뒤, 남부 가자지구 알아말 축구클럽 감독으로 재직하며 지역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 인물이었다.

무함마드의 아내 네르민과 네 자녀는 현재 피난민으로 살고 있다. 그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축구공과 코칭 노트를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네르민은 “남편은 꿈을 가진 사람이었지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국제심판이 되고 싶어했고, 석사도 따고 싶어했다. 그런데 남편은 생명과 젊음을 상징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며 울먹였다.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582명의 체육인들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에는 국가대표 선수, 코치, 체육행정가도 포함돼 있다.

20세 골키퍼 유세프 아부 샤와리브는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있는 축구리그 소속 선수였다. 지금 그는 과거 경기를 뛰던 칸유니스 스타디움에 가족과 함께 피신해 있다. 경기장 인조잔디 위엔 천막 수백 개가 들어서 있고, 벤치 자리였던 곳은 식수 배급소로 바뀌었다. 그는 “예전엔 여기서 경기 브리핑을 받았는데 지금은 물 받으러 줄 서는 곳이 됐다”며 “전쟁은 경기장만 부순 게 아니라 우리 미래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장애인축구대표팀 감독 샤디 아부 아르마나도 전쟁으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그는 “11월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고, 2025년 서아시아 대회도 앞두고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모일 곳조차 없다”고 말했다. 선수 25명, 코치진 5명은 모두 흩어졌고, 집을 잃거나 가족을 잃은 이들도 많다. 그는 “이건 단순한 중단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 부회장 아사드 알 마즈달라위는 “가자의 스포츠 시스템은 거의 완전히 붕괴됐다”고 밝혔다. 총 270개 체육시설 중 189개는 완전히 파괴됐고, 81개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전직 올림픽 기수 마제드 아부 마라힐, 카라테 국가대표 나감 아부 삼라, 올림픽 축구 감독 하니 알 마스다르, 국가 육상 코치 빌랄 아부 삼안 등 유명 체육인들도 전사하거나 행방불명된 상태다. 알 마즈달라위는 “전 세계 체육기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응답은 거의 없었다”며 “가자지구 스포츠 복구에는 최소 5~10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것도 봉쇄가 곧바로 해제되고 국제 자금이 이어 투입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알자지라는 “어린 선수들이 텐트 안에서 조용히 스트레칭을 하는 등 훈련을 다시 시작할 날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들는 언젠가 다시 스포츠가 팔레스타인에게 희망과 삶의 상징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