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금리에…개도국, 달러빚 대신 위안화ㆍ프랑으로

2025-09-09

신흥ㆍ개도국들이 미국의 고금리로 불어난 달러 빚 부담을 낮추려 중국 위안화와 스위스 프랑 등 대체 통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케냐 재무부는 지난달 최대 채권자인 중국 수출입은행과 50억 달러 규모의 철도 프로젝트 대출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갚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도 지난달 2022년 국가 부도 이후 중단된 고속도로 건설을 재개하기 위해 5억 달러의 위안화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렸다. 달러 빚을 금리가 낮은 통화로 바꾸려는 '리파이낸싱'이다.

파나마는 7월에만 약 24억 스위스 프랑을 은행에서 빌렸다. 파나마 재무부 장관인 펠리페 채프먼은 “(달러 부채보다) 더 저렴한 자금 조달로 2억 달러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콜롬비아 역시 국채를 차환하기 위해 스위스 프랑 대출을 활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신흥국 기업들의 유로화 채권 발행은 올해 7월 기준 239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재정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신용 등급이 강등을 피하기 위해 나온 조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들이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실질 조달 비용에 직면해 있다”며 “정책ㆍ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금융 안정성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기준금리 4.25~4.5%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고금리가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로 낮췄다. 중국의 7일물 단기 자금 조달 금리(역레포)는 1.4%에 그친다. 알리안스번스타인의 아르만도 아르멘타 부사장은 “미국의 높은 금리와 장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신흥국 입장에서는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데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더 비용 효율적인 조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위안화 강세도 신흥국들을 움직였다. 같은 위안화로 예전보다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할 수 있어, 달러 표시 부채를 갚는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위안화는 올해 달러 대비 약 2.4% 가치가 올랐다. FT는 “중국의 1조3000억 달러 규모 ‘일대일로’ 개발 프로그램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달러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흐름을 일시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체 통화의 변동성과 환위험, 달러 시장의 압도적 규모와 유동성 때문이다. FT는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이자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모가 훨씬 큰 달러 채권 시장의 접근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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