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 테니스 첫 커밍아웃’ 헤이스 다 실바의 도전

2025-03-04

“코트 위에서 더 강해졌다”

남자 프로 테니스에서 유일하게 커밍아웃한 선수 후안 루카스 헤이스 다 실바(26·브라질)가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한 후 5일 CNN에 한 말이다.

헤이스 다 실바는 지난해 12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사랑해”라는 짧은 메시지를 남겼다. CNN은 “ 반응은 엄청나게 폭발적이었다”며 “응원하는 메시지가 쏟아졌고 그의 용기에 감사를 전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프로코피오컵에서 우승했다. 그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때부터 나는 더 강해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헤이스 다 실바는 남자 프로 테니스 선수 중 현역 시절에 커밍아웃한 사실상 첫번째 사례다. 과거 브라이언 바할리, 바비 블레어 등 일부 선수들이 은퇴 후 자신이 동성애자였음을 밝혔지만, 현역 시절 커밍아웃한 선수는 없었다. 반면, 여자 테니스에서는 빌리 진 킹,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LGBTQ+ 커뮤니티의 대표적인 인물로 활동해왔다. 세계랭킹 12위 다리아 카사트키나(러시아)는 2022년 커밍아웃하며 “남자 선수들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두 여자가 함께 있는 것보다 두 남자가 함께 있는 걸 더 어렵게 받아들인다”며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헤이스 다 실바도 처음부터 당당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테니스 선수들과 매일같이 함께 훈련하고, 라커룸에서 생활하다 보니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내 커밍아웃이 팀 분위기를 바꾼다면? 만약 사람들이 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는 외로워질까 봐 두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18세에 부모와 친구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고백했다. 그는 “마치 어깨에서 커다란 바위를 내려놓은 기분이었다”며 “다행히도 부모님은 나를 받아주셨다. 모두 나처럼 행운을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랭킹 423위인 헤이스 다 실바는 ATP 투어 본선 무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프로코피오컵 우승으로 ATP 500 대회인 리우 오픈 예선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지만,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등 남미에서 열리는 챌린저 대회에 도전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고 있다. 그는 “나는 그저 테니스 선수일 뿐,나의 역할은 코트에서 증명하는 것”이라며 “누군가 나를 보고 영감을 얻는다면 기쁘지만, 나의 책임은 단 하나다. 코트에서 최고 선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 밖에서는 남자친구 길레르미 삼파이오 히카르두와 함께 생활하며 경기에 나선다. 히카르두는 배우 겸 모델로, 일정이 허락될 때마다 헤이스 다 실바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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