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치열한 무소유 인간…'방랑하는 자 돼라' 가르쳤다"

2025-08-28

2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도올 김용옥(77) 선생을 만났다. 그는 최근 『예수님의 육성 도마복음』을 출간했다. 도마복음은 오랜 세월 땅속 항아리에 잠들어 있었다. 그러다가 1945년 12월 이집트 나일강 상류 아라비아 사막의 게발 알 타리프 절벽에서 발굴됐다.

4복음서(마가ㆍ마태ㆍ누가ㆍ요한복음) 중 가장 먼저 성립된 게 마가복음(AD 70~75년)이다. 서구의 신학 대가들(쾨스터ㆍ로빈슨ㆍ크로쌍ㆍ패터슨 등)은 도마복음(AD 59년경)이 더 앞섰다고 본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엘렌 페이글 종교학 교수는 ‘만약 더 일찍 땅에서 나왔다면, 도마복음은 화형에 처해졌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어떤 파격이 있는 걸까. 도올 선생에게 ‘도마복음 속의 예수’를 물었다.

책 제목이 『예수님의 육성 도마복음』이다. 왜 예수의 육성인가.

“역사적 예수를 전제로 해서, 예수님의 가감 없는 인간의 소리가 여기 담겨 있다는 의미다. 사실 예수 이야기는 예수의 말로 전달된 적이 없다.”

예수의 말로 전달된 적이 없다. 무슨 뜻인가.

“예수 이야기의 전달자들은 모두 초대교회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4복음서(마가ㆍ마태ㆍ누가ㆍ요한복음)를 만들었다. 마가복음은 마가 공동체 사람들이, 누가복음은 누가 공동체, 요한복음은 요한 공동체 사람들이 만들었다. 이들은 종말론을 전제로 한 회중이었다.”

도올 선생은 “유대인들이 바빌론에 끌려가 노예로 살던 시대에 페르시아에 만연하던 종말론 사상이 들어왔다. 쿰란 유적들을 봐도 종말론이 엄청나게 들어가 있다”며 “예수 시대에 종말론이 있었던 건 분명하나, 예수와 종말론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세상 마지막 날, 예수의 재림과 심판. 그렇다면 이런 종말론적 세계관은 어디서 나왔나.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의 철학을 모두 만들었다. 종말이 오니까 마지막 심판 때 너희가 어떤 판결을 받을지 걱정해라, 예수님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건 바울 사상의 핵심이다. 원죄는 아담에 의해 처음 인간에게 들어왔고, 너희는 죽을 운명이고, 죄의 삯은 사망이다. 이건 100% 바울의 것이다.”

바울은 왜 그런 사상을 내놓았나.

“로마의 식민지에서 교회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교회운동을 처음 한 사람이 바울이다. 놀랍게도 바울의 교회운동은 성공했다. 가장 큰 이유가 종말과 재림이다. 이 세상은 어차피 끝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해줬으니, 그걸 믿고 교회 공동체에 모여서 살자. 바울은 그걸 아주 심오한 철학으로 풀어놓았다. 그 누구도 함부로 깔볼 수 없는 철학적 언어로 구성해 놓았다.”

도올 선생은 “이 때문에 초대 교회는 종말론을 전제로 성립됐다.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기독교의 기본적 신앙 구조도 바울 신학에서 나왔다. 사실 바울은 살아있는 예수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이게 결정적이다. 그런데 도마복음 속의 예수는 다르다”고 말했다.

도마복음 속 예수, 무엇이 다른가.

“구세주 그리스도가 아니라 인간 예수의 모습이 도마복음에는 있다. 4복음서 내용보다 리얼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전하는 말씀이 담겨 있다. 도마복음의 예수는 매우 상식적이며, 심오하고, 건강하다. 일체 신화적 윤색이 없고, 기적이나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의존이 없다.”

도마복음은 114개의 아주 짧은 예수 어록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나.

“도마복음 42장이다. 딱 한 문장만 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방랑하는 자가 되어라.’ 무슨 말인가. 네가 밟는 발자국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예수는 원래 방랑자였다. 그리고 치열한 무소유의 인간이었다. 반면 오늘날 기독교는 어떤가. 무소유의 종교가 아니라 치열한 소유의 종교이지 않나.”

도올 선생은 이 구절을 읽다 보면 초기불교 경전이 떠오른다고 했다. “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홀로 가라’는 대목이 생각난다. 헬레니즘 문명권 속의 인도적 사유와 팔레스타인적 사유의 거리가 멀지 않음을 확인한다. ”

도마복음을 맨 처음 접했을 때 어땠나.

“1977년경이었다. 하버드대에서 박사 과정을 할 때, LA타임스의 기자가 쓴 책에서 ‘도마복음’을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영어로 된 도마복음을 여러 권 구해서 읽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예수의 정수를 담고 있으면서도, 최고의 불교 철학이자 최상의 노자 철학이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기독교에 서광이 비친다고 생각했다.”

도올 선생은 어릴 적부터 기독교 문화에서 성장했다. “어머니의 신앙이 아주 투철했다. 어렸을 때 문지방에는 항상 회초리가 있었다. 내가 복음서 한 구절을 외우면 10원을 주셨고, 못 외우면 회초리로 때리셨다. 어린 내가 성경 말씀을 깊이 깨우치길 바라신 거다. 나는 엄마의 신앙을 받았기 때문에, 늘 기독교를 살리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종교적 편견과 도그마(독단적 신념)에서 해방돼야 하니까. 그래서 이 책도 썼다. 사상가로서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효자 노릇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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