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 노동자의 속타는 외침

2025-03-31

2022년 5월16일 경남 거제시 선자산 위를 날던 헬기가 추락해 2명이 사망했다. 추락한 헬기의 기령은 52년이었다. 사고 헬기와 노동자는 산림청이 아니라 에어팰리스라는 민간업체 소속이었다. 3월26일 경북 의성 산불을 끄기 위해 비행하던 헬기가 추락해 70대 조종사가 사망했다. 사고 헬기는 30년 이상 된 낡은 모델이었다. 이번에도 에어팰리스다. 국가는 산불 진화와 구조에 필수적인 헬기와 정비업무를 민간에 맡기고 민간업체는 사고 위험이 높은 낡은 헬기를 노동자에게 맡겼다.

거제에서 사망한 박병일은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 동료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늘로 올랐다. 김성규 조합원은 산재사고에 대한 회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에어팰리스 모회사인 선진그룹 인근 통신탑에 올랐다. 40일이 지나 회사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이때 우리가 노동자의 이야기를 경청했다면 의성 사고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국가와 회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진압하기 바빴다. 거제 사고가 있기 전인 2021년 10월 충남지노위는 산불 진화용 헬기를 운영하는 헬리코리아 직원들을 필수유지업무 인원으로 지정했다. 필수유지업무로 지정되면 노조는 파업 중 일을 할 노동자 명단을 회사에 넘기고 회사는 명단에 있는 노동자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다. 노동자가 이를 어기고 파업에 동참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충남지노위는 헬리코리아 관리직원 5명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를 파업에 참여할 수 없게 했다. 충남지노위 결정을 다른 헬기회사들도 활용하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도 사라졌다. 반면 헌법상 권리를 박탈해서라도 유지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국가를 규제할 방법은 없다.

땅 위에서 산불에 맞서는 이들도 있다. 산림청 특수진화대원이다. 국가는 이들을 10개월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가 2019년 강원도 산불 이후에야 공무직이라는 이름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고용안정이 차별을 해소해주지는 않았다. 산림청 직원들이 받는 가족수당과 출장비를 대원들은 공무직이라는 이유로 받지 못했다. 위험수당 4만원도 기재부에 막혔다. 대형 산불이 나자 기재부 장관 최상목은 뻔뻔하게 ‘모든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총력 대응해달라’ 말했다.

노동자들은 참사 이전부터 안전 문제를 지적했다. 2024년 10월16일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장 특수진화대원 신현훈은 산이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올라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했다. 신입대원들은 교육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재난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다. 교육 내용도 9년째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 3월20일 그는 다시 국회를 찾아 공무직 노동자의 현실을 증언했다. 9년째 같은 내용으로 교육받는다는 증언은 10년째로 바뀌었다. 대원들은 진화복, 방염장비도 없이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가 하면 민간인 벌초 작업에 투입되기도 했다. 바로 다음날 일어난 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신현훈의 우려는 현실이 됐고 30명이 사망했다.

국가는 신현훈의 목소리를 외면했지만 그와 동료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불타는 산에 올랐다. 산불은 꺼졌다. 검게 그을린 노동자의 외침에 정부와 기재부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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