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 시즌에는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재밌는 통계가 의원실을 거쳐 쏟아져 나옵니다. 올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통계 중 하나는 바로 ‘의대 신입생’의 진학률을 분석한 자료였습니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 고교 출신의 서울대 의대 진학률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서울대 의대 신입생 10명 중 2명, 강남 3구 고교 출신’이라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개별 대학이 아니라, 전체 의대를 대상으로 하면 강남 3구에서 의대에 진학하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경향신문은 전국 40개 의대 중 연세대 서울캠퍼스를 제외한 39개 의대의 2025학년도 신입생 출신 고교를 김 의원실에서 받아 분석했습니다.
39개 의대의 강남 3구 고교 출신 신입생은 2025학년도 12.17%였습니다. 1500명 가까이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서 강남3구 고교를 나온 의대 신입생은 지난해 427명에서 549명으로 늘었습니다. 비율로만 보면 2024학년도 13.69%에 비해 감소하긴 했으나, 올해 2월 강남 3구 고교 졸업생은 전체 졸업생의 3.18%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강남 3구 고교의 의대 진학률이 얼마나 높은지 느껴집니다.

수도권 의대를 보면 강남 3구의 의대 진학률은 더욱 눈에 띕니다. 강남 3구 의대 신입생이 20%가 넘는 학교는 9곳이었는데, 강원 원주시에 있는 연세대 미래캠퍼스를 제외하면 20%가 넘는 대학은 모두 수도권 대학입니다. 한양대 의대는 무려 신입생의 31.82%가 강남3구 출신이었습니다. 이외에 아주대(19.3%), 성균관대(19.64%) 단국대 천안캠퍼스(18.29%)는 강남3구 고교를 나온 신입생이 20%에 육박했습니다.
그런데 통계를 최근 5년 정도로 확대해보면, 강남 3구의 높은 의대 진학률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2021년 15.3%였던 강남 3구의 의대 신입생 비율은 2년 연속 하향했고, 지난해 살짝 올라 13%대를 찍었다가 올해 다시 12.17%로 내려왔습니다.
강남 3구의 ‘아성’이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만, 정부의 권고로 인해 2023학년도부터 본격화된 의대 지역인재비율 전형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입니다. 정부는 의대생의 지역 정착을 위해 의대 지역인재비율 확대를 추진해왔습니다.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의대 모집인원 대비 지역인재전형 선발비율은 2023학년도 46.65%에서 2025학년도 59.74%까지 증가해 정부 권고 비율(60%)에 육박하는 수치까지 올라왔습니다.

일각에선 강남3구의 부모들이 투자하는 천문학적 사교육비에 비해 강남3구 학생들의 의대 진학률이 높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부모들의 목표만큼 의대 진학이 이뤄진 것인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불평등 연구자인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의대생 중 강남3구 신입생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지만, 그 비율이 10~15%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교육비가 들어가는 규모를 가늠해보면 의외의 결과에 가깝다”라며 “강남3구 중심으로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에 비하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대 진학자의 절반 가량은 ‘N수’(재수 이상)를 택하는데, N수에는 많은 교육비가 들어갑니다. 김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교육부의 ‘N수생 사교육비조사 모델 개발 용역’ 보고서를 보면 2024년 기준 19개 재수종합기숙학원의 월평균 교육비는 334만9039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에 약 4000만원에 가까운 큰 돈입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분석한 결과 의대 신입생 중 N수생이 2명 중 1명(49.11%)꼴이었습니다. 지난해 33개 의대 정시 합격자 중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 번 이상 본 N수생은 10명 중 8명(79.2%)에 달했습니다.
의대 입학 정원은 소수로 제한돼 있는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입시 경쟁에만 많은 교육비가 투입되는 것은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분명한 비효율입니다. 정 교수는 “의대 진학을 위해 재수생이 다수 발생하는 것도 비효율의 한 측면”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사교육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국내 연구들도 축적돼 있습니다. 올해 초 출간된 책 <교육의 수익률을 높여라>를 보면 2010년 이후 발표된 사교육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이 제시됩니다. 저자들은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사교육이 학업성취도나 수능성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사교육을 가장 많이 받는 상위권 학생에게서 (학업성취도 향상) 효과가 가장 약하게 나타나는 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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