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살은 키로 간다? 10명 중 8명은 '성인 비만' 된다

2025-10-24

“소아·청소년은 비만으로 부모 세대보다 더 일찍 당뇨병 생겨 평생을 시달릴 수 있습니다.”

비만 전문가인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용희 교수가 보내는 경고다. 어렸을 때부터 과체중·비만인 상태로 지내면 복부에 축적된 내장 지방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서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체지방 축적으로 10대에도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비만 학생의 20.2%는 당뇨병 전 단계고, 1.1%는 당뇨병으로 추정된다는 분석도 있다. 홍 교수는 “비만으로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 증후군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이미 우려스러운 상태다. 한국은 중국·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4개국 중에서 소아·청소년 비만율 1위다. 홍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중국·일본·대만 5~19세 소아·청소년의 체중 분포 변화를 살핀 결과다. 한국의 소아·청소년의 과체중·비만 유병률은 남학생 43.0%, 여학생 24.6%로 4개국 중 가장 높았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80%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 홍 교수는 “국내 초·중·고등학생 3~4명 중 1명은 과체중·비만”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특수한 교육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중학생만 되어도 75%가 방과 후 학원에 다니면서 신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든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에서는 청소년에게 중강도 이상의 유산소 신체 활동 실천을 하루 60분 이상, 고강도 유산소 신체 활동과 근력운동은 주 3일 이상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신체 활동 실천율은 지난해 17.3% 수준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낮았다.

고열량 위주의 식습관도 문제다. 학원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패스트푸드 같은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크게 늘었다. 홍 교수는 “이런 사회적 문화가 청소년 비만에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비만은 의학적 개입 등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모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정서불안, 대인관계 기피 등 사회 문제까지 야기한다. 특히 살이 찌면 성장 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키 성장까지 방해한다.

그저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면 될까. 홍 교수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인식은 오히려 청소년 비만 치료를 어렵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행동 교정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 비만 치료의 기본이지만 이를 혼자 계획하고 실천·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소아·청소년 시기 비만 치료는 다이어트처럼 체중 감량이 목적이 아니다. 키가 크면서 살이 저절로 빠질 것으로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위험하다. 그런데 국내 비만 청소년 10명 중 8명(80%)은 살이 찐 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만 낙인(Stigma) 효과는 질환으로서 비만 치료를 방해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의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이다. 홍 교수는 “담당 의료진과 정기적으로 대면 상담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생활습관을 찾아가며 적정 수준으로 체중을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의학적 개입을 통한 포괄적 생활 중재 치료는 체중 감량 등 비만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

가족의 지지도 필요하다. 홍 교수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니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 생각할 뿐 아이의 비만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녀의 행동, 생활 습관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함께 도와야 한다. 가족 모두가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정하고 실천하면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체중 감량이 어렵거나 비만 관련 합병증이 동반된다면 12세 이상 청소년은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올리스타트, 식욕을 억제하는 GLP-1 유사체 계열의 리라글루티드·세마글루티드 등의 약으로 청소년 비만 치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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