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에 사는 주부 최모씨(45)는 대형마트에서 초저가로 수박과 계란, 치킨 등을 판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메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했을 때는 진열대에 ‘행사상품 품절’이라는 안내판이 덩그런히 놓여있었다. 최씨는 “갈수록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어 초저가 상품을 사려고 뛰어왔는데 구입하지 못했다”면서 “매번 허탕을 치는데 역대급 폭염에, 쏟아지는 폭우에, 한푼을 절약하려는 처지가 씁쓸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한숨 소리는 커지고 있다. 매장이 문을 열기전 오픈런을 해야만 하는 등 초특가 상품을 구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물가 장기화에 폭염 등 이상기후로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대형마트가 초복(7월20일)을 앞두고 대대적인 초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여름철 인기 식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대폭 할인하는 초복 행사를 펼친다. 대표 품목인 ‘국내산 무항생제 두 마리 영계’의 경우 마리당 2000원도 안되는 3980원에 판다. 10년 전인 2015년 7월 초복행사 당시 3990원보다도 싸다.
최근 1통당 3만원대까지 치솟은 수박은 ‘파머스픽 씨가 적어 먹기 편한 수박(8㎏ 미만)’을 정상가 대비 60% 할인한 9900원에 내놓는다. 이 역시 10년 전 ‘씨없는 하우스 수박’ 기준 최저 할인가인 1만800원보다 저렴하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무항생제 영계 두마리 생닭(각 500g·1인 2봉 한정)’을 이마트보다 싼 3663원에 선보인다. ‘한돈 암퇘지 삼겹살·목심(100g)은 1인 1㎏ 한정으로 990원에 내놓고, 바나나(베트남산·1인 2송이 한정)와 복숭아(4~7입·1인 2팩 한정)도 50% 할인해 각각 990원, 4990원에 판다.
롯데마트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삼계탕용 영계(370g·냉동·국내산)’를 2만개 한정으로 1000원대 초특가에 선보인다. 초복 당일인 20일까지 ‘삼계탕용 영계 두마리(각 550g·냉장·국내산)’는 40% 저렴하게 내놓고 ‘손질 국산 민물장어(100g·냉장·자포니카)’는 40% 저렴한 4494원에 판다.
주목할 점은 초저가 행사상품이 ‘한정 수량’이라는 데 있다. 통상 대형마트는 전국 점포별 매출과 고객 수 등에 따라 일일 한정 초저가 상품 수량을 정하고 있다. 초저가 상품은 고객 수 대비 ‘5%’ 정도로 전국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1000명이라면 50명 이내에 들어야 혜택을 볼 수가 있는 셈이다. 매장 문이 열리기 1~2시간 전부터 대기하지 않으면 헛걸음을 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오픈런이 필수”가 된 이유다.
실제 이마트의 경우 고래잇 페스타 쿨 썸머(7월 4~6일) 행사기간 동안 치킨과 삼겹살, 과일 등을 최저가로 내놓자 오픈 1시간전 부터 대기줄이 늘어섰다. ‘국내산 돈 삼겹살·목심’을 100g당 1190원에 내놓는 행사기간에는 오전 내내 고객들로 붐볐고 ‘한 마리 3480원 어메이징 치킨’과 ‘30구 판란’ 역시 준비한 물량을 일찌감치 완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6월 행복생생란(대란) 30구를 4990원에, 곡물 먹여 키운 호주산 척아이롤(100g·냉장)을 70% 할인된 990원에 판매하자 문을 열기전 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6월 말에는 ‘통큰 치킨’을 15년 전 가격인 5000원에 선보이자 행사기간 내내 50~100명까지 대기줄이 생기는 등 준비수량은 오전에 조기 마감됐다. 홈플러스도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당당 3990 옛날통닭’을 초저가로 선보인 결과 하루 최대수량인 6500수 완판을 곧바로 기록했다.
서울 수서동에 사는 김모 주부(55)는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데 매장에 가야만 초저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 이른 아침 대형마트를 찾았지만 결국 한개도 못샀다”면서 “생닭은 물론이고 계란, 수박, 호박, 채소 등 가격이 너무 비싸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초저가를 ‘미끼상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긴지 오래인 데다 전국민 소비쿠폰 사용처에서도 제외되는 등 오픈런 현상이 송구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