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한 25% 상호관세를 놓고 한·미 협상이 시작된다. 우리 쪽에서 경제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에서는 재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 D.C.에서 ‘2+2 통상협의’가 진행될 모양이다. 통상당국은 의제와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밝혔지만 농업계는 또 농산물이 양국 협상테이블의 ‘희생양’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 농산물시장에 대한 미국의 관심사는 3월말 ‘국별 무역장벽 보고서’와 지난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상호관세 부과 행사를 통해 대부분 드러났다. 무역장벽 보고서는 우리 농산물시장에 대한 미국 농민단체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연령 제한을 풀고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농산물에 대한 기술 장벽을 철폐하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직접 우리 쌀의 관세율을 ‘콕’ 찍었다.
그런 만큼 농업계는 우리 통상당국이 미국 워싱턴으로 들고 갈 ‘협상보따리’ 속이 궁금하고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국 쪽에서 “한국이 협상테이블에 많은 양보를 올려놨다”는 소리까지 들려 온다. 알다시피 미국산 상품 가운데 에너지와 군수물자를 제외하면 우리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사실상 농축산물이 전부다. 그런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산 상품은 거의 무관세로 들어와 남은 것은 사과 등 주요 과일에 대한 ‘수입위험분석’ 비관세 조치와 쌀뿐이다.
미국은 그 두가지를 정확하게 조준하고 있다. 여기다 그들은 보복에 보복을 더하는 중국과의 관세전쟁으로 중국 수출 길을 잃은 농축산물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쯤이면 협상보따리 속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쌀을 미국에 내주는 ‘카드’로 활용할 계획임을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쌀이 부족한 일본으로서야 가능한 카드지만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미국이 협상테이블에 공산품을 올리면 농산물은 또 볼모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이후 우리가 줄곧 당한 ‘협상공식’이다. 이제는 더이상 말도 안되는 협상공식을 수용할 수도 없고, 우리 농업은 더 내줄래야 줄 것도 없다. 농업희생을 전제로 한 상호관세 협상은 절대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