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것이 치매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 이유가 뭘까.
미혼 성인은 친구와 취미 활동 등 자유로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육아, 가족 부양 등 가장으로서의 경제적 부담과 같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자율성과 다양한 사회적 관계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 알츠하이머병 조정센터(National Alzheimer’s Coordinating Center)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 미혼 상태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평균 나이 71세인 고령자 2만4000여 명을 18년 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자들은 결혼 여부와 인지 장애(알츠하이머병 및 루이소체치매) 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배우자를 잃었거나(사별), 이혼했거나,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기혼자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관성은 성별, 건강 상태, 생활 습관, 유전적 요인(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는 APOE-e4 유전자 보유 여부 포함) 등 다양한 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요한 관점을 제시했다. 결혼이 구조적으로 혜택을 줄 수는 있지만, 나이 들어 배우자를 돌보는 부담, 배우자의 질병, 또는 갈등이 지속되는 관계는 오히려 인지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결혼이 신체적·정신적·정서적으로 더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것을 뒤집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혼자들은 삶의 만족도와 자율성이 증가하면서 신경퇴행을 방어하는 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고 사멸을 유도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202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높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1.78배 높았으며, 적응장애 환자는 1.32배, 급성 스트레스 환자는 1.20배 높았다.
연구진은 스트레스 강도가 높을수록 치매 위험도 비례적으로 증가한다고 분석하며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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