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구에 사는 주부 이민정(42) 씨는 올 들어 3개월째 다이어트 중이다. 이 씨는 무엇보다 ‘안 먹어야 빠진다’는 생각에 밥과 빵, 과자 등 탄수화물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대신 샐러드와 과일 위주의 저열량 식단으로 하루 두 끼 먹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70여 일 만에 살이 4㎏ 정도 빠졌다. 이 씨는 “탄수화물과 간식을 끊으니 뱃살과 옆구리 살이 빠지고 있다”며 “날씬한 몸매를 위해 탄수화물은 앞으로도 입에 대지고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씨처럼 체중 조절을 위해 현대인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 제로 식단(Zero-Carb diet)이 ‘다이어트족’에게 각광을 받는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는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은 저 섬유질 식단, 특정 장내 박테리아, 대장암 사이의 우려스러운 연관성을 발견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3일(현지시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저탄수화물·저섬유질 식단이 특정 대장균(E. coli·이콜라이)과 결합하면 암 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다이어트를 위한 저탄수화물 식단이 ‘대장암 폭탄’을 맞을 위험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대장암 발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세균 이콜라이 NC101과 박테로이데스 프라질리스, 헬리코박터 헤파티쿠스를 보유한 쥐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중 이콜라이 NC101은 저탄수화물 식단과 만나 콜리박틴이라는 DNA 손상 물질을 생산해 대장 용종을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콜라이 NC101은 대장암 환자의 60%, 장 질환 환자의 40%가 보유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10명 중 2명에서 발견된다. 이렇게 생성된 대장 용종의 상당수는 암으로 발전했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연구원 부페시 타쿠르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다른 쥐들에 비해 대장의 점막 층이 얇아졌다”며 “보호막 역할을 하는 점막 층이 얇으면 독소인 콜리박틴이 대장 세포에 더 많이 침투해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 책임자인 알베르토 마틴 교수는 “체중을 감량한다고 알려진 저탄수화물 식단에는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장암은 세계 암 사망 원인 2위이자 암 발생률 3위다. 국가암정보센터 암종별 발생 현황에 따르면, 대장암은 2021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진단된 암으로 보고됐다. 35~64세에 주로 호발하며, 고령일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 속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평소 붉은색 고기와 가공육 섭취를 자제하고 고기를 먹을 땐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고기를 구울 땐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탄 부분이 있다면 제거하고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스트레스와 지나친 공복은 소화액 분비를 자극해 장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