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독주 체제 완성... 10년 넘게 1등
영업의 외주화... '주문중개' 시장 고속 성장 비결
배달대리점 조직 활용, 배달대행플랫폼 의존도↓
"배민 자체배달 도우면 공멸"이라던 대행업계,
배민에 길터줘... "배달역사 바꿀 중대 사건" 평가
배민, 자본 무기로 배달대행 지역 조직 흡수
최근 배달방식 개편... 바로고, 생각대로 등 중소 대행사 고사 위기

<편집자 주> 2010년 출시한 국내 1위 스마트폰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여러 경쟁자가 등장했지만, 배민의 철옹성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배민도 사업 초기에는 8개월 먼저 출시된 '배달통'을 비롯해, '요기요', '푸드플라이', '띵동' 등의 브랜드와 각축전을 벌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배달시장의 균형과 경쟁 구도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배민이 경쟁자들을 모두 밀어내고 독주 체제를 완성한 것입니다. 이후 배민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2019년 출시한 배달 앱 '쿠팡이츠'가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배민을 위협했을 뿐, 1위 타이틀은 항상 배민의 것이었습니다. 쿠팡이츠는 시장 점유율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니 배달 앱 하면 가장 먼저 배민을 떠올리는 것이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배민의 아성은 지금처럼 단단할까요. 배민을 견제할 또 다른 경쟁자는 없을까요. <시장경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배민의 독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분석해 봤습니다.
국내 온라인 배달시장 구조는 매우 독특합니다. 쉽게 말해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과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으로 이원화 돼 있습니다. 전자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후자는 음식점과 배달기사(라이더)를 각각 연계해 주는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배달시장이 양분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문과 배달 서비스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됩니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의 그랩과 같은 글로벌 배달 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민은 음식 주문 중개 플랫폼 시장 절대 강자입니다. 많은 음식점을 배민 앱에 끌어모은 결과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음식점 32만여 곳이 입점했습니다. 회사의 탁월한 영업 전략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배달업계 주요 관계자들은 성공의 비결로 '영업의 외주화'를 꼽습니다. 배민은 처음부터 회사 내부에서 영업조직을 키우는 대신, 배달 대행 플랫폼 운영 기업의 지역 단위 대리점들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전국의 수많은 음식점은 배민의 강력한 무기가 됐습니다. 배민은 그 힘을 앞세워 이제는 배달대행 시장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원래 배민은 배달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중반 배민라이더스라는 직영 배달 조직을 만들었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배민 앱으로 접수된 전체 주문 건 중 배민라이더스가 처리하는 비중은 5%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 95%는 배달 대행 플랫폼사와 제휴한 지역 대리점들이 도맡는 구조였습니다. 배민은 이를 ‘가게배달’이라고 부릅니다. 음식 주문은 배민으로 들어왔지만 배달은 별도의 배달 대행 플랫폼사가 처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전 위원장이 2020년 발간한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책의 제목만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사와 대리점
배달시장의 시초는 각 지역 대리점입니다. 과거 수첩에 주소를 비롯한 주문 내역을 받아적고 배달에 나섰던 이들이 현재의 배달 대행 대리점 구성원들입니다. 동네 곳곳에 작은 사무실을 내고 활동했습니다. 음식점 영업은 물론 배달을 수행할 라이더를 모집하는 일도 대리점이 담당했습니다. 이 역할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후 생각대로, 달리고 등 초창기 배달 대행 플랫폼사가 등장하면서 지금과 같은 음식 주문 중개 방식이 보편화 됐습니다. 주문 접수부터 결제까지 모든 업무를 모바일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 기업들은 지역 대리점들과의 제휴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대리점은 배달 대행 플랫폼사와 별도 계약을 맺은 영업 조직입니다. 보험사의 판매 대리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다른 배달 대행 플랫폼사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대리점 라이더들이 배달 대행 플랫폼사 유니폼을 입고, 그 로고가 박힌 이륜차를 타면서도 동시에 배민의 영업 조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배민은 고객이 음식 주문을 할때 선택할 수 있는 배달 방식의 종류를 크게 3가지로 개편했습니다. 알뜰배달, 한집배달, 가게배달이 그것입니다. 기존과 다른 점이라면 가게배달이 추가됐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알뜰배달은 무료이거나 수수료가 매우 적은 반면 배송시간이 한집배달에 비해 오래 걸립니다. 한집배달은 수수료를 조금 더 부담하는 대신 빠른 배송을 보장합니다. 문제는 가게배달입니다. 세 가지 방식 중 배송시간은 가장 늦고, 수수료는 제일 비쌉니다.
주문 고객 입장에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더구나 비싼 가게배달 방식을 선택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배달 대행 플랫폼 시장 전체를 고사시키겠다는 마케팅 전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개편입니다.
배민은 이번 개편에 앞서 자체 배달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의 대리점이 있습니다. 배민은 지난해부터 이들 대리점과의 물밑 접촉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배민 주문을 처리할 때마다 수익을 나눠주겠다는 식으로 당근책을 제시, 배달 대행 플랫폼사를 거치지 않고, 지역 대리점들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이 하나같이 위기에 내몰린 상황과 맞물려 배민과 직접 거래하는 지역 대리점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서울의 한 배달 대행 업체 대표는 "대리점 입장에서는 배민 주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배민이 이런 현실을 활용,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배송망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 대리점과 라이더 영입을 위해 수백,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출혈 경쟁을 펼쳐온 '바로고', '생각대로'와 같은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은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은 오래 전부터 자체 배달을 강화하려 했습니다. 가게배달보다 수익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이더 수급에 애를 먹으면서 오랜 기간 가게배달에 의존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배민의 고민을 풀어준 건 다름아닌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입니다.
당시 업계 1~2위를 다투던 바로고가 먼저 깃발을 들었습니다. 가게배달에 더해 배민의 자체 배달 물량까지 처리해주겠다고 공식화한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주문 건수가 급감하자 궁여지책으로 배민에 시장을 내준 셈입니다. 다른 배달 대행 플랫폼사들도 눈치를 보다가 바로고와 한배를 탔습니다.
그 다음 상황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배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전국 지역 대리점과의 직거래 구조를 형성했습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달 대행사들이 스스로 공멸을 택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남 지역 한 대리점 관계자는 "배달 수행 역량을 기준으로 대리점 간 무한 경쟁을 통해 잘하는 곳만 추려내는 방식으로 파트너사를 모으고 있다"며 "배민이 이제는 가게배달이 없어도 될 만큼 충분한 배달 인프라를 확보한 듯 하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폐업한 배달 대행 업체 전 대표는 "과거 배민은 음식 주문 앱이 안정화되자, 음식점(가맹점) 영업을 대행하던 업체들에 주던 수수료를 대폭 삭감했다"며 "지금은 배민이 (배달 대행) 대리점들에 수익을 나눠주고 있지만 결국엔 배달 대행 플랫폼사에 이어 대리점까지 빼고, 라이더와 직접 일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업체 대표는 "음식 주문 중개 시장을 독점하더니 수수료를 크게 올렸던 게 배민"이라며 "만약 배달 독점이 배달료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이번에는 반드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전직 임원은 "김봉진 창업주 재직 당시에 비해 배민 내부 조직 문화는 물론 음식점 등과의 상생 노력도 후퇴하는 듯 하다"며 "기업이 시대 상황에 맞춰 변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창업 초기 가졌던 배민 정신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