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선정한 위험성평가 우수사례 사업장들에서도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노동부의 안전 인증 및 포상 제도가 실제 사업장 내 현장 안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위험성평가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수상한 사업장은 총 227곳이다. 이 중 36개 사업장에서 수상 전후 6개월 이내에 174건의 사고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넘어짐 49건(28.2%), 끼임 26건(14.9%), 떨어짐 23건(13.2%), 부딪힘 21건(12.1%) 등이었다.
위험성평가 우수사례 발표대회는 정부가 산재 예방을 위한 우수사례를 시상하고 발표하는 자리로, 2013년부터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 주최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위험성평가를 통해 유해·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고, 노동자에게 안전보건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 및 공유하는 우수기업을 선정한다. 수상 사업장에는 포상금과 함께 다음 연도 산업안전보건 점검·감독 대상 유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정부의 위험성평가 우수 인증을 받은 사업장들에서 산재가 다수 발생하면서 기업의 위험성평가와 노동부의 선정 심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6월 리튬전지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 제조업체 아리셀 역시 3년 연속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었다. 아리셀은 2021∼2023년 매해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고, 이에 따라 2022∼2024년 산재보험요율을 17~20% 감면받기도 했다.
유진기업 서인천공장도 2023년 12월 위험성평가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인 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가 철판 교체 작업 중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에서 중대재해나 산재가 발생한 경우 노동부가 수상을 철회하거나 재심사를 하는 등의 사후 관리 및 감시 제도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홍배 의원은 “안전하다고 인증받은 사업장에서조차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 인증을 받았던 아리셀 사고와 동일한 패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처는 ‘인증’만 해주고, 실질적인 안전관리는 공백에 빠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노동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