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4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해 초 22대 총선이 진행됐고 하반기에는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을 포함해 50여 국가에서 선거가 진행됐고, 유럽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된 한 해였다. 올해 말미에는 계엄·탄핵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이슈 속에서 올 한해 우리 산업계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FETV 편집국이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FETV=신동현 기자] 국내 게임 업계를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이 주도했다는 말은 옛말이다. 지금은 넥슨과 크래프톤의 'NK' 양강구도에 넷마블과 엔씨소프가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넷마블은 준수한 실적을 올렸지만 넥슨에 비하면 부족하다. 엔씨소프트는 3N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 등 다른 게임사들도 치열한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다.
올해 넥슨은 신구 게임 IP(지적 재산권)가 둘 다 흥행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의 국내외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많은 매출을 이끌어냈다.
넥슨의 경우 기존 게임 IP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이 꾸준한 성과를 거뒀고 신규 IP인 퍼스트 디센던트는 서구권에서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이에 힘입어 넥슨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229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했다.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는 지난 5월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PC 버전 시절부터 중국 시장에서 사랑받았던 던파는 모바일 버전에서 기존 인지도를 기반으로 퍼블리셔인 텐센트와 협업해 현지화된 콘텐츠를 출시했다. 덕분에 던파모바일은 출시 4개월 만에 매출 10억달러(약 1조4092억원)를 기록했다.
메이플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서구권과 일본 등지에 전담 개발팀을 구성해 글로벌 시장의 여러 문화권의 이용자들의 취향과 선호도에 맞춰 콘텐츠를 현지화 하는 ‘하이퍼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활용했다. 현지화 전략 하에 메이플스토리는 일본, 북미·유럽, 그리고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 등 기타 지역에서 각각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했고 전년동기 대비 23%의 매출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기존작들의 흥행과 함께 신규 루트 슈터 IP인 퍼스트 디센던트도 출시 후 성공적인 기록을 남기며 실적 호황에 날개를 달았다. '퍼스트 디센던트'는 출시 직후 PC·콘솔 동시 접속자 50만명을 넘는 동시에 스팀에서 글로벌 매출 1위를 달성했다. 특히 퍼스트 디센던트의 매출 중 70%가 북미와 유럽에서 발생하며해당 지역에서 전년 대비 93%의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크래프톤은 주력 IP '배틀그라운드'의 국내외 꾸준한 인기로 양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인도 시장을 필두로 한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부분이 컸다.
크래프톤은 3분기 매출액 7193억원, 창사 이래 최초로 연 누적 매출 2조원 돌파, 분기 최대 매출 등 기록을 써 내려갔다. 출시 8년차에 접어든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의 PC 버전과 모바일 버전 모두 건재하면서 꾸준히 수익을 창출한 덕분이다.
배틀그라운드는 7월 람보르기니 컬래버레이션과 9월 맵 업데이트와 신규 모드 ‘악몽에 굶주린 자들’의 추가로 동시 접속자 89만명을 달성하며 무료화 이후 최고 트래픽을 경신하며 수익을 끌어올렸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매출도 늘릴 수 있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지난 2021년 배틀그라운드를 인도에 ‘BGMI’란 이름으로 출시한 이후로 인도에서 발리우드 배우와 협업하고 현지 아티스트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사용자층을 확장했다. 그 결과 인도 BGMI 이용자는 1억8000만명에 기록했고 2년간 누적 매출은 1억달러(약 1300억원)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3분기 크래프톤의 해외 매출 비중은 89.8%로 6459억원을 해외에서 기록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한때 넥슨과 함께 3N의 구성원이었지만 현 시점에서는 넥슨과 격차가 커졌다. 넷마블은 올해 흑자전환하며 성과를 거뒀지만 6473억의 매출액은 넥슨의 1조2293억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렸다. 엔씨소프트는 주력·신규 IP들이 모두 부진하며 3N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웹툰 IP 기반의 '나 혼자만 레벨업'(나혼렙)을 활용해 성과를 이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3분기 매출 6473억원, 영업이익 6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북미에서 매출의 43%를 거두는 등 전체 매출의 77%를 해외 시장에서 올리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넷마블이 성과를 낸 가운데 같은 기간 넥슨이 1조229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과거 '3N' 중 하나로 어깨를 나란히 했던 시절과 비교해 양사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점이 눈에 띈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주력 IP인 리니지 시리즈 그리고 호연과 같은 신작이 부진한 실적을 거둬 3N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에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은 143억원으로 2023년 3분기 영업이익 165억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 매출은 4019억원으로 작년의 4231억원에서 5% 감소했다.
엔씨소프트의 부진 이유는 우선 기존 주력 게임의 실적 하락이었다. NC의 간판 게임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은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였다. 모바일 게임 ‘리니지W’는 1분기 828억5700만원에서 3분기 468억6600만원으로 43% 이상 떨어졌다. ‘리니지2M’ 매출도 1분기 558억7200만 원에서 3분기 431억4300만원으로 22% 이상 줄었다. PC게임 부문에선 '리니지2'가 1분기엔 234억6000만원에서 3분기 202억1600만원, 길드워2가 253억7000만원에서 3분기엔 190억1600만원으로 각각 13%, 25% 이상 떨어졌다.
신작의 연이은 부진도 뼈아팠다. 6월에 출시한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는 출시 5개월 만인 지난 11월 29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작년 9월에 출시한 모바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도 올해 8월 28일 약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 8월에 출시한 신작 ‘호연’ 역시 흥행에 실패했다. 호연은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다운 순위 20위 안에 들며 선전했지만 11월 기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번 구조조정에 호연 제작팀이 포함됐다고 알려지면서 실적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달에 독립스튜디오 체제를 운영한다고 선언했다. 각 스튜디오들은 '쓰론 오브 리버티'(TL), '택탄' 'LLL'등 신작 개발에 집중해 이번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영업 이익 측면에서 손실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하락의 폭이 컸다. 올해 3분기 매출 약 193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80.1%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얼리 엑세스로 발매한 패스 오브 엑자일 2(이하 POE2)이 호평을 받으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기존 IP와 신작의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8월에 출시한 '스톰게이트'는 한때 동시접속자 수가 약 4854명에 달했지만 이내 130~15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롬(ROM)'도 지난 2월 출시 초기엔 돌풍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며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2021년 출시한 기존 인기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매출 감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패스 오브 엑자일 2(이하 POE2)를 필두로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반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일 얼리액세스를 시작한 POE2는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수 33만명 이상을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얼리액세스 신청 인원만 100만명을 돌파했고 출시 직후 스팀 글로벌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또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2' IP 라이선스 매출에 힘입어 영업이익 518억원을 기록, 작년 영업손실 241억원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야구 게임 라인업 견조한 성적을 기반으로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데브시스터즈도 지난 6월에 출시한 쿠키런 : 모험의 탑이 흥행하며 작년과 비교해 매출은 720억원(107%↑), 영업이익은 134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데브시스터즈는 기세를 몰아 지난 11일 '쿠기런 인도'를 현지 출시했고 17일 기준 인도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5위에 오르며 해외 시장 공략도 현재까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NK 양강 구도 아래에서 주요 게임사들이 난전을 펼치는 와중에 다른 게임사들도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특히 시프트업은 스텔라블레이드의 흥행으로 게임업계 판도에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시프트업은 3분기 매출 580억 원, 영업이익 356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각각 작년 대비 52%, 120% 늘어난 기록이다. 특히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번 지스타 2024에서 최우수상 등 7관왕을 달성하고 더 게임 어워드 2개 부문 후보로 선정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에 힘입어 시프트업은 신흥 게임사로서 게임 업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과 크래프톤가 각각 역대 최대 분기 실적, 누적 매출과 영업익에서 자체 신기록을 경신하며 독주 구도 체제를 형성하고 있고,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등의 반등을 위해선 내년 신작의 흥행 여부가 관건"이라며 "내년 상반기 주요 게임사들이 어떤 실적을 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