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의 인공지능(AI)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스타트업이 AI 기술을 앞세워 잇따라 현지에 진출하고 있다. 신용평가 모델과 얼굴 인식 서비스는 물론 보안 솔루션 등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로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각국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모습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는 인도네시아 최대 신용평가사인 페핀도와 AI 기반의 신용평가 점수 체계 및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현지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 신용평가 모델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불편함을 크게 덜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선 신용평가사를 통해 전체 시장의 데이터를 구매할 수 있는 반면 인도네시아에서는 개별 금융사가 실행한 대출 건에 대해서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KB뱅크,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 롯데카드 베트남법인 등이 PFCT의 기술을 통해 현지에 최적화된 금융 사업을 추진 중이다.
메사쿠어컴퍼니는 얼굴인식에 특화된 비전 AI 기술로 동남아 금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전 AI는 사람의 시각적 인식을 기술로 구현하는 것으로 사람의 얼굴에서 512개의 특징점을 추출하고 정확하고 빠른 신원확인을 할 수 있는 게 이 회사 기술의 특징이다. 메사쿠어컴퍼니에 따르면 해외 시장을 선도하는 얼굴인식 기술 기업도 100만명 중 1명을 식별하는 데 평균 0.3초가 걸리는데 메사쿠어컴퍼니의 경우 0.04초만에 수행 가능하다. 최근에는 베트남 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에 얼굴인식 기술을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베트남중앙은행이 보안 강화를 위해 1000만동(약 57만 원) 이상의 금융거래 시 얼굴인식을 의무화하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현지 수요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동남아 정부기관과 손잡은 스타트업도 있다. 에스투더블유(S2W)는 최근 싱가포르 정부기관과 자사의 사이버안보 데이터 분석 AI 플랫폼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정부기관과 납품 계약을 따낸 데 이은 성과로 AI에 기반한 정확한 빅데이터 분석 역량이 데이터의 정확성을 중시하는 해외 당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2W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 처리하는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싱가포르가 각종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상덕 대표는 “수준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정부기관 및 공공부문에서도 꾸준히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만큼 국내외 방위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급성장하는 동남아 AI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동남아 AI 시장 규모는 올해 89억달러(약 13조 원)에서 연 평균 28%씩 증가해 2030년 30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AI 기술 도입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구글·테마섹 등이 작성한 ‘동남아시아 디지털 경제 2024 보고서’는 지난해 상반기 동남아 국가들이 3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AI 스타트업의 한 관계자는 “동남아에는 새로운 기술에 친화적인 젊은 인구가 많아 AI 확산에 유리한 사회”라며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현지 대기업과 한국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사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