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 유출 차단 위한 제도 개편 본격화
경제안보 중심의 투자 심사로 전환
해외 기업의 투자 위축 우려도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정부가 해외 기업의 일본 내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보도했다.
재무성과 경제산업성, 국가안전보장국(NSC)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새로운 심사 협의체를 만들어, 미국의 '대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본뜬 '일본판 CFIUS'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방안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핵심 공약으로, 최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가 체결한 연립 합의문에도 "2026년 통상국회에서 일본판 CFIUS 창설을 목표로 한다"는 문구가 명시됐다.
◆ 경제안보 중심의 투자 심사로 전환
현재도 외국 자본이 일본의 중요 산업에 투자할 경우, 재무성이 외환법에 따라 사전 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제도는 정보 교환 수준의 협의에 머물러 실질적 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일본 정부는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국가안보국(NSC) 등 안보 관련 부처가 개별 투자 건 심사에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세부 제도 설계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심사 대상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 산업의 국내 기업으로, 외국 자본이 일정 비율 이상 주식을 보유하거나, 외국인이 임원으로 취임하는 경우 사전 심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일본 기업의 주식을 가진 외국 기업이 다른 외국 기업의 자회사가 돼 간접적으로 일본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 미국 CFIUS 모델 참고...중국 견제도 염두
이번 제도 개편은 다카이치 총리의 정치적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조치다. 그는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부터 "경제안보와 국방을 함께 고려한 투자 심사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투자 건을 담당하는 부처마다 안보 인식의 수준이 다르다"며, 정부 전체가 일체가 돼 리스크를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즉, 부처 간 '온도차'를 줄이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안보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본판 CFIUS 구상의 모델인 미국의 CFIUS는 재무장관을 의장으로, 국토안보부·상무부·국방부 등이 참여해 외국 자본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해 국가안보 관점에서 심사를 실시한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CFIUS의 권고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인수·합병을 금지한 사례는 지금까지 9건이다. 이 가운데 2025년 1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불허한 조치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 관련 기업의 인수 사례였다.
따라서 일본의 투자 심사 강화 역시 중국을 염두에 둔 경제안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해외 기업의 투자 위축 우려도
일본 정부가 안보 차원의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기술 유출 방지와 공급망 안정화라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외 기업의 투자 위축과 행정 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안보와 개방성의 균형이 일본 경제의 신뢰도를 좌우할 것"이라며,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닌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심사 시스템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