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폐기물을 왜 여기에…" 캐나다서 매립지확장 반발 여론 고조
트럼프발 '관세 전쟁' 따른 반미 감정 고조 여파
"우리가 미국 쓰레기통인가", "미국산 폐기물 수입 끊어라"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캐나다 내 반미 감정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기업이 운영하는 캐나다 내 유해 폐기물 매립지 확장 문제를 놓고 현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퀘벡주 천연자원·산림부 장관 마이테 블랑쉐 베지나는 지난주 퀘벡주의 도시 블랑빌에 폐기물 매립지 확장 공사를 위해 시의 토지를 매각하라고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같은 조치는 블랑빌에서 폐기물 매립지를 운영하는 미국 회사 스태블렉스(Stablex)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스태블렉스는 블랑빌의 매립지가 2027년에는 용량 한도에 다다르기 때문에 올해 4월까지 새로운 매립지를 착공하지 못하면 더 이상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다며 퀘벡주에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스태블렉스는 1983년부터 블랑빌에서 매립지를 운영해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2023년 5천t 이상의 오염토와 쓰레기, 2만8천t가량의 시안화물·수은·질산 등 독성물질이 미국에서 이 매립지로 옮겨졌다. 퀘벡주와 캐나다의 다른 주에서 발생한 폐기물도 이곳에 매립됐다.
다만 퀘벡주 의회 야당과 시민단체, 블랑빌 시 당국 등은 주정부의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상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으로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하면서 '미국 쓰레기에 우리 땅을 내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당 소속인 퀘벡 주의원 루바 가잘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쓰레기통이 아니다"라며 집권당이 "(블랑빌) 도시를 수용해 트럼프의 미국에 넘겨주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블랑빌 시장 리자 풀린도 "정부가 왜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토지를 수용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캐나다의 한 환경단체 연합은 미국의 유해 폐기물을 수입하는 일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블랑빌에 인접한 대도시 몬트리올 시당국 역시 시의 토지를 수용하는 것은 지역의 권리를 침해하고 지역 야생지 보존 목표에도 반한다며 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스태블렉스 대변인 막심 쿠튀르는 "퀘벡 정부가 자체 분석을 진행한 뒤 퀘벡 공동체의 이익에 따라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랑빌 매립지로 들어오는 미국의 독성 폐기물 비율은 2018년 43%에서 지난해 17%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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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