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등 인기 온라인 게임 지식재산(IP)을 무단 도용한 불법 사설 서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일부 사설 서버에서는 현금성 도박 행위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확인됐다. 범죄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운영자는 사설 서버 구축을 위해 북한 해킹조직과 접촉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불법 사설 서버 관련 게임사와 이용자 피해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정부 기관의 단속 또한 강화되고 있으나, 해외 분산 서버와 도메인 교체, 디스코드 기반 홍보 등으로 운영 방식이 고도화돼 근절이 쉽지 않다.
손혜림 서울시립대 교수의 '불법 사설서버와 게임사·이용자 피해 연구'에 따르면 사설 서버가 없었을 경우 정식 서버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연간 전환 매출 손실액은 약 3167억원 규모다. 이용자 이탈에 따른 직접적 손실만을 계산한 금액이다. 브랜드 이미지 훼손, 법적 대응 비용, 연구개발(R&D) 지연 등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IP의 경우 중국 내 사설 서버만 최소 5000개 이상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는 국내외 사설 서버로 인한 연간 직·간접 피해를 2조5000억~3조원 규모로 추정한다.
불법 사설 서버는 과거 개인이 취미로 여는 '프리 서버' 수준에서 점차 개발·운영·홍보·정산 등 역할이 명확히 분업된 조직형 사업 구조로 변화했다. 운영자는 공식 서버와 유사한 형태의 웹사이트를 구축해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유출된 소스코드나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서버를 구현한다. 이후 '후원금' 명목의 결제, 불법 캐시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챙긴다.
황정훈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일부 사설 서버는 정식 게임에는 없는 투견, 몬스터 경주 등 도박성 미니게임을 추가해 이용자에게 현금성 배팅을 유도한 뒤 배당률 차액으로 수익을 올린다”며 “이는 게임산업법뿐 아니라 형법 제247조 '도박장소 개설죄'에도 해당하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불법이 적발된 사설 서버 운영자 상당수가 재판에서 벌금형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수익은 수십억 원대인데 처벌은 약해 범죄 억지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17만여건의 사설 서버 관련 적발 사례가 있었음에도 형사 처벌을 받은 운영자는 61명, 이 중 실형 선고는 5명에 불과했다.
사설 서버 운영 방식 자체가 차단 회피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운영자들은 단속 즉시 도메인을 변경하거나 해외 호스팅·CDN을 통해 서버를 분산해 추적을 피한다. 커뮤니티 역시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해외 기반 메신저를 활용해 불법 홍보를 이어간다.
게임위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인터넷사업자(ISP)에 대한 차단 명령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 사이트도 즉시 차단 가능하다. 다만 해외 CDN·호스팅 사업자의 비협조로 단속이 어려운 면이 있어, 최근 시행령 개정을 통해 CDN 사업자 규제 권한 확대를 준비 중이다.
김용찬 게임위 온라인대응팀장은 “사설 서버 단속은 직접 결제해 서버 안에 들어가 불법 요소를 확인하는 방식과, 광고만 운영되는 사이트를 즉시 차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내부에서 도박 행위나 불법 서비스가 확인될 경우 경찰과 공조해 수사 의뢰까지 가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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