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80년대생(80허우·後)’ 정치인 중 칭화대 출신을 일컫는 ‘칭화신군(清華新軍)’의 위세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칭화대 동문 네트워크는 성공의 동아줄이다. 칭화대 공학박사 출신인 산시성의 자오샤오(趙孝·45) 상뤄 경제개발구 당서기가 제시한 ‘동문 경제’란 개념은 상징적이다. 그는 2018년 “창업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이념이며 돌파구”라며 이같은 개념을 제시했었다.

1980년생인 자오샤오는 핵 공업건설그룹에서 경력을 쌓은 뒤 정계에 진출했다. 산시성 빅데이터 서비스센터 주임을 거쳐 지난해 4월 국장급 간부로 승진했다. 현재 200만 인구의 상뤄시에 첨단산업을 이식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가 만든 ‘서부 클라우드밸리 하드테크놀로지 동문 경제기지’는 칭화대 인맥을 기반으로 대학·기업·정부가 연계돼 있다.
80년대생 국장급 간부 75명 양성
칭화대 출신 17명 중 이공계 10명
“과학기술 추월 위해 정치인 키워”
천시·리간제, 칭화 네트워크 관리

칭화대 공업공학과 '04 학번'인 야오닝(藥寧·40) 신장 카슈가르지구 당서기도 칭화신군의 대표주자다. 그는 칭화대 총학생회장(2008년) 출신이다. 야오 서기는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총장실에서 근무도 했다. 2018년 말 카슈가르 동쪽 외곽의 바추현 당서기오 있으면서 ‘빈곤 탈피’를 지휘해 중앙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 창당 100주년을 맞아 전국 우수 현 당서기에 선발됐고, 이듬해 국장급인 카슈가르 당서기로 영전했다.

“2026~27년 장관급 진입 노려”
칭화대 네트워크의 정점은 1953년생인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다. 전문가들은 시진핑을 중심으로 한 ‘5세대 지도부’ 이후 칭화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는 세대로 80허우를 꼽는다. ‘8세대’로 분류되는 80허우 간부들은 벽지에서 단련 중이다. 지방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중앙 무대로 오르는 중국식 정치 수행 방식 때문이다.
중국 엘리트 정치에 밝은 우궈광(吳國光) 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은 최근 아시아소사이어티 기고문에서 “2026~2027년 전국적으로 지방 지도부를 개편할 때 이들 중간 간부의 선두주자가 지방 및 중앙 지도부(장관급)로 승진할 것”이라며 “이들 중 많은 수가 칭화대 출신이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장급 80허우 간부는 최소 75명으로 파악된다. 이들 중 칭화대(17명), 베이징대(8명), 후난대(2명)를 제외하면 졸업생을 두 명 이상 배출한 대학은 없다. 칭화대 쏠림 현상은 시진핑의 모교인 영향이 크다. 1인 체제인 현 중국에서 젊은 간부는 모두 시진핑의 ‘신군’으로 간주한다. 칭화신군은 이들 중 선두다. 중국 현대 정치에서 칭화대 출신이 처음 약진한 건 칭화대 수리공학과 졸업생인 후진타오가 권좌(2002~2012)에 오르면서였다. 하지만 시진핑의 칭화신군은 후진타오 시대의 ‘칭화방(幫)’과 구분된다.


칭화신군 일부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방 서기로 경력을 쌓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과거 태자당, 상하이방과 경합하던 공청단파는 중앙 정치무대에서 와해된 상태다. 하지만 인재 육성 기능은 남았다. 리텅(李騰·41) 공청단 푸젠성 서기는 2012년 칭화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곧바로 푸젠성으로 내려가 공직에 투신했다. 칭하이성의 둥위이(董玉毅·44), 베이징의 정샤오보(鄭曉博·43)도 공청단 서기로 경력을 쌓고 있다.
시진핑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천시(陳希·72) 중앙당교 교장이 칭화신군의 훈련을 맡고 있다. 그는 20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에서 물러났지만 간부 양성의 핵심 기관인 당교를 여전히 책임진다. 천시가 중앙조직부를 넘긴 리간제(李幹傑·61)는 1964년 11월생으로 현재 24인 체제인 정치국의 최연소 멤버다. 리간제는 칭화대에서 물리학 학사와 원자력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리간제는 차기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하다. 칭화대 총장, 환경부 부장, 베이징 시장을 거친 천지닝(陳吉寧·61) 현 상하이 당서기도 칭화 파벌이다.
시진핑 4기, 8세대 약진 빨라질 것
80허우 국장급 간부는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 60~69세가 된다. 이때까지 중국을 현대화 강국, 즉 ‘G1’ 국가로 만들기 위한 일꾼인 셈이다. 우 연구원은 이들의 특징을 네 가지로 꼽았다.
첫째, 교육 엘리트다. 75명 중 63명(84%)이 석·박사이고, 박사만 35명(46.7%)이다. 그리고 명문대 출신이 80%다.
둘째,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 추세도 분명하다. 전공이 확인되는 60명 중 29명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다. 학부에서 STEM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비(非) STEM 학위를 취득한 경우도 있어 테크노크라트 비율은 더 높다. 칭화대 출신 17명 중 STEM 전공자는 10명(59%)으로 절반이 넘는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STEM을 전공한 8세대 정치인은 장쩌민·후진타오 등 3~4세대 기술관료와 다르다”며 “미국을 과학기술로 추월하기 위해 특별히 양성하는 정치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혁신과 당이 요구하는 정치공학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공산당 가입 시점이 빠르다. 당력이 확인되는 42명 모두가 20대에 가입했다. 81%는 20대 초반 혹은 20세 이전에 입당했다.
넷째,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20차 당 대회 이후 80허우의 승진이 빨라졌다. 47명이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칭화신군의 약진은 ‘시진핑 4기’(2027~2032년)에 더 빨라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엘리트주의는 ‘인민 지상’을 앞세운 당의 노선과는 모순이다. 칭화신군과 다른 파벌의 경쟁도 격화될 수 있다. 향후 중국 정치를 관찰할 때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