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장면과 대사를 빌려 시카고시에 대한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과 군 병력 투입을 시사했다. 민주당 소속인 주지사와 시장은 강력히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치포칼립스 나우(Chipocalypse Now)’라는 제목의 합성 이미지를 올렸다. 이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의 원제에 시카고(Chicago)를 결합한 표현으로 보인다.
그는 게시물에서 영화 속 명대사를 변형해 “나는 아침의 추방 냄새를 사랑한다”고 적고, 이어 “시카고는 곧 왜 그것이 전쟁부(Department of WAR)라고 불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인 5일 국방부 명칭을 ‘전쟁부’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국방부는 즉시 홈페이지 등에 새 이름을 반영했다.
<지옥의 묵시록>을 패러디한 이미지 속 트럼프 대통령은 군복 차림에 미 기병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시카고 도심과 미시간호 상공을 비행하는 군용 헬기를 바라보고 있다.

원작 영화에서는 킬고어 대령(로버트 듀발)이 마을을 공격한 뒤 불타는 해변에서 “나는 아침의 네이팜 냄새를 사랑한다”라는 대사를 남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즉각 반발했다. 그는 엑스에 “미국 대통령이 미국 도시와 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농담도, 정상적인 일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강자가 아니라 겁먹은 자일 뿐이며 일리노이는 독재자에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도 “대통령의 위협은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라며 “그는 우리 도시를 점령하고 헌법을 훼손하려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서로와 시카고를 보호해야 한다”고 맞섰다.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라 도시를 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그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이 있는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해 이민자 단속과 범죄 척결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시카고는 민주당의 주요 기반지이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