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후 심리상담사·칼럼니스트/논설위원

살다 보면 종종 너무 넘쳐 문제가 될 때가 있다. 지금 사회가 어쩌면 많은 것이 차고 넘치는 과잉 시대일지도 모른다. 새롭게 떠오르는 과잉의 신조어로 ‘분노 과잉 시대’라는 말이 있는데 스트레스로 넘쳐나는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여 분노하는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을 말한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속에서 특히 넘치는 것으로 ‘말’을 들 수 있는데 무수한 말속에서 타인을 비방하고 험담하며 시기·질투, 거짓말 등의 쓸데없는 말이 넘쳐나 그로 인해 피곤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모든 것은 넘치면 문제가 되듯 사실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따라서 적당한 침묵이 말을 빛나게 하듯 우리는 무수히 넘치는 말속에서 오히려 조용히 경청하고 침묵할 줄 알아야 하며 나의 입을 잠시 닫았을 때 귀가 열리고, 생각을 정리하여 비로소 쓸데없는 말이 아닌 유용한 말을 할 수 있다. 결국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말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종종 침묵으로 강의를 시작하곤 한다. 침묵도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며 때에 따라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침묵이 더욱 효과적이고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평소 말이 많은 편인지, 침묵의 시간을 힘들어하진 않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또 하나의 말 중 쓸데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줄여야 할 말 중에 하나인데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줄 수는 있지만,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그곳에서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며 여행에서의 환상을 알려주려 말을 늘어놓는 순간 상대방은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한데’를 줄인 신조어)이라 생각할 수 있다. 결국 넘쳐나는 시대에서 최고의 과잉은 ‘쓸모없는 말’이 많은 것이다. 쓸모없는 말을 줄이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장자의 여덟 가지 과오를 알면 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①주착: 자기가 할 일이 아닌데 나서는 것 ②망령: 상대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말하는 것 ③아첨: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는 것 ④푼수: 시비를 가리지 않고 마구 말을 하는 것 ⑤참소: 남의 단점을 말하기 좋아하는 것 ⑥이간질: 관계를 갈라 놓는 것 ⑦간특: 나쁜 것을 칭찬해서 사람을 타락시키는 것 ⑧음흉: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어서 상대 속셈을 뽑는 것
필자도 직업 특성상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어 사실 늘 조심스럽다. 말이 길어지는 나의 모습을 볼 때면 내가 늙어가고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말이 많은 직업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말의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덕경 제5장에 ‘다언삭궁’이라는 말이 있다. 즉 말이 많으면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 빈번해짐을 뜻한다. 그렇기에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고 필요한 순간에만 할 줄 아는 지혜로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피곤한 과잉 시대를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이제는 절제가 필요하다. 절제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며 절제를 함으로써 생긴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해보면 어떨까? 결국 차고 넘치는 과잉 시대에서는 오히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보다는 부족한 듯 절제하며 가진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