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종청사 구내식당 강제휴무 ‘폐지 검토’…탁상행정 논란[세종NOW]

2025-08-18

정부가 월 1회 시행 중인 세종청사 구내식당의 ‘강제 휴무’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청사 인근 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를 위해 도입했지만, 구내 식당 보다 2배 가량 비싼 외식 물가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발과 식자재 납품업체의 매출 감소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살인적인 식당 물가와 유리 지갑인 공무원들의 급여는 그대로 두고 구내 식당 휴무제를 섣불리 도입한 것 자체가 탁생행정이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구내식당 휴무 정책 폐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후에 기조가 바뀌면서 휴무일을 폐지하려고 했는데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선회했다”며 “현재로선 조만간 폐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종청사의 구내식당 강제 휴무는 윤석열 정부가 올해 3월 민생경제 점검회의에서 내놓은 조치다. 공무원들이 구내식당 대신 외부 식당을 이용하도록 유도해 세종시 자영업자의 매출을 돕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석 달 간 세종청사 모든 동에서 격 주 금요일마다 구내식당이 문을 닫았다. 매달 두 차례 강제 휴무에 들어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7월 1일부터는 공무원 노조의 반발로 강제 휴무 횟수가 월 1회로 줄었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지만 강제 휴무 제도는 유지해왔다. 당시 공무원노조는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앞에 공무원노조가 “6363원으로 뭘 사 먹으라는 거냐. 구내식당 휴무 반대!” 등 비판 현수막을 내걸며 강력 반발했다.

이에 행안부는 휴무일수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구내식당 강제 휴무를 완전히 폐지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지역 상인들과 소상공인의 반발도 고려했다. 현재 국무조정실, 해수부 구내식당은 첫째주 금요일에 미운영 중이다. 법제처, 국가보훈부, 교육부, KTV 구내식당은 셋째주 금요일에 문을 닫고 있고 공정위, 국토부, 고용부, 국세청 구내식당은 둘째주 금요일에 휴무이다. 산업부 구내식당은 넷째주 금요일에 문을 열지 않고 있다. 다만 중앙동(기재부, 행안부)만 유일하게 모든 요일에 운영하고 있어 공무원들 사이에 형평성 논란도 있다.

월 1회로 휴무일이 축소됐지만 관가의 반발은 여전히 크다. 세종시 외식 물가는 구내식당 한 끼(4500원)보다 두 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청사 밖에서는 점심값만 기본 1만~1만5000원이 필요해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나온다. 거기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외부에 나가 점심을 먹을 시간조차 부족해 구내식당 이용을 많이 하기 때문에 식당 휴무일에 구내식당 이용을 하지 못하고 컵라면이나 김밥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구내식당 휴무일이라고 해서 반드시 외식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며 “직원 복지를 외면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공무원도 “요즘 점심값이 너무 비싸서 구내식당에서 주3~4회 정도 먹고 있다”면서 “자유롭게 구내식당 이용권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식 물가가 크게 뛰면서 점심값도 크게 올라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구내식당에 직장인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전체 소비자물가가 16% 오르는 동안 외식 물가는 25% 올랐다. 7월에만 해도 외식물가가 3.2%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2.1%)를 훨씬 웃돌았다. 거기에다 구내식당 휴무를 하게 되면 구내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의 측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구내식당 휴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 지원 명분으로 주 1회 정기 휴무가 시행됐지만, 비슷한 불만이 제기되며 결국 폐지됐다. 이번에도 ‘자영업자 지원’과 ‘공무원 복지’라는 명분이 충돌하면서 정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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