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풍향계’ 마이크론 깜짝 실적…삼성·SK ‘200조 시대’ 열린다 [갭 월드]

2025-12-17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긍정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업황 우려를 불식시켰다. 데이터센터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견조함을 입증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여전함을 증명하면서다. 마이크론의 실적 호조는 메모리 슈퍼 사이클을 확인시켜주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마이크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은 136억 4000만 달러(약 19조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7% 증가한 수치로 월가 예상치인 128억~130억 달러를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4.78달러를 기록해 예상치 3.93달러를 20% 이상 웃도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CEO “데이터센터 수요 견조”

HBM 2년치 물량 이미 매진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 내용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센터 AI 수요는 여전히 강하며 공급 부족은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다음 분기(12~2월) 매출 가이던스로 시장 예상치(144억 6000만 달러)를 30%가량 상회하는 187억 달러를 제시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AI 피크 아웃(정점 통과)’ 우려를 잠재웠다는 평가다.

특히 HBM 수요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메로트라 CEO는 “2025년 생산분은 물론 2026년 할당된 HBM 생산 물량까지 이미 ‘완판(솔드아웃)’된 상태”라며 “가격 결정권 등 시장 주도권은 온전히 제조사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로드맵 또한 구체화했다. 차세대 제품인 HBM4를 2026년 상반기 내 출하하겠다고 밝히며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수익성 위주 사업 구조 재편도 가속화할 계획을 밝혔다. 5세대인 HBM3E와 기업용 SSD(eSSD) 등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로 매출총이익률은 지난해 45%대에서 56.8%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경영진은 이날 수익성이 낮은 소비자용 브랜드 ‘크루셜(Crucial)’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다. 범용 라인을 줄이고 철저히 AI 중심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 재편해 이익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2026년 내내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D램 가격 내년 80% 급등 예고

양사 합산 영업익 200조 전망

마이크론발 훈풍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 실적 눈높이 상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메모리 공급 부족 심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실적 상승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당초 약 15조 원 수준에서 19조 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스마트폰과 가전(CE) 부문 원가 부담 우려에도 메모리 반도체가 전사 이익을 견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버와 PC 등 주요 고객사들 메모리 수급률은 70~80% 수준으로 떨어졌고 일부 빅테크는 2026년 필요 물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을 야기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 D램 가격이 지난해보다 80%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상승 전망치 46%를 두 배 가까이 웃돈다.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폭 역시 50%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4분기 삼성·SK 영업익 30조 훌쩍

내년 양사 200조 영업익 전망까지

차세대 수익원인 HBM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삼성전자는 구글 TPU향 주문형 반도체(ASIC) 고객 확보와 엔비디아향 HBM4 비중 확대로 2026년 HBM 매출이 지난해보다 12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에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쥔 데다 일반 서버용 D램 가격 상승 수혜까지 더해진 덕분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이 16조 원대를 기록하고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은 8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영업이익 합계가 2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컨퍼런스콜은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 AI 인프라 투자가 축소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며 “내년 HBM4 양산 경쟁과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 이익 규모가 과거 호황기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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