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소설 <개미>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위기의 인류 문명을 우화적으로 쓴 <문명>이라는 소설을 출간했다. 내용 중 ‘쥐들의 질서’라는 항목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있다.
로렌대학교 낭시 캠퍼스에 있는 행동생물학연구소의 ‘디디에 드소르’ 교수는 쥐의 수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쥐 여섯 마리를 상자에 가두었다. 상자의 문은 하나뿐이고 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수영장으로 통하게 만들었다. 먹이를 나눠주는 사료통은 수영장 건너편에 두었다. 따라서 쥐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헤엄을 쳐서 수영장을 건너야 했다.
실험 시작 후 흥미로운 사실이 관찰되었다. 쥐들이 먹이를 찾아 한꺼번에 물로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자기들끼리 역할을 분배한 듯한 행동을 보인 것이다.
쥐들은 수영하며 먹이를 구해 오는 피착취형 두 마리, 수영하지 않고 애써 수영하며 구해 온 먹이를 빼앗은 착취형 두 마리, 단독 행동하는 한 마리. 이것도 저것도 못 하는 잉여형 한 마리. 이렇게 네 부류로 나누어졌다.
먼저 착취형에 속하는 두 마리 쥐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먹이를 구해 상자로 돌아오자, 착취형 쥐 두 마리가 그들을 공격해서 애써 가져온 먹이를 빼앗아 먹는 것이다. 착취형 쥐들이 배불리 먹고 남으면 피착취형 쥐들이 먹게 해주었다. 착취자들은 헤엄치는 법이 없었다. 그저 헤엄치는 쥐들을 때려서 먹이를 빼앗기만 하는 것이다.
단독 행동을 하는 독립형 쥐는 튼튼하고 힘이 세기 때문에 스스로 헤엄을 쳐서 먹이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착취자들의 압력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의 대가를 온전히 누렸다. 끝으로 남은 잉여형인 천덕꾸러기 쥐는 헤엄을 칠 줄도 모르고 헤엄치는 쥐들에게 겁을 줄 수도 없었다. 그러니 다른 쥐들이 싸우다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나 주워 먹을 수밖에 없었다.
드소르 교수는 쥐들의 위계질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스무 개의 상자를 만들어 똑같은 실험을 해보았다.
착취형에 속하는 쥐 여섯 마리를 따로 모아서 상자에 넣었다. 그 쥐들은 밤새도록 싸웠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그들의 역할은 똑같은 방식으로 나뉘어 있었다.
착취형이나 독립형이나 천덕꾸러기형에 속하는 쥐들을 유형별로 여섯 마리씩 모아서 같은 상자에 넣어 보았다. 모두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드소르 교수는 똑같은 실험을, 규모를 늘려 다시 해보기로 했다. 커다란 상자에 2백 마리의 쥐들을 넣어서 계속했다. 쥐들은 밤새도록 싸움을 벌였다. 이튿날 아침 세 마리의 쥐가 털가죽이 벗겨진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개체 수가 증가할수록 천덕꾸러기형의 쥐들에 대한 학대가 가혹해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또 대형 상자 속의 착취형 쥐들은 우두머리를 따로 추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두머리에 기대어 착취형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의 연장선에서 쥐들의 뇌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쥐는 천덕꾸러기나 피착취형 쥐들이 아니라 바로 착취형 쥐들이었다고 한다. 이들 착취자들은 특권적인 지위를 잃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것은 인간 세계도 본능으로 움직이는 쥐의 세계와 별다른 것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일상 집단들도 피착취형, 착취형, 독립형, 천덕꾸러기 형으로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나는 어느 부류에 속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간들도 무리가 늘면 쥐들이 하는 것처럼 우두머리를 선출한다. 그리곤 그 우두머리에 기대어 착취자의 지위를 누리며 악행도 서슴없이 자행하는 부류들도 있고―.
착취형 인간들을 보면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으며 뻔뻔한 얼굴로 라디오나 TV에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언행이 단지 착취자 지위를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는 것을―. 그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과는 다를 것이다.
아무튼 인간의 생명은 영원하지 않다. 죽음 앞에 누구나 직면한다. 생을 마감하고 나면 살아남은 사람들이 고인에 대하여 어떤 평가가 나올지 생각해 보라. 사자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그의 인품이나 살아온 족적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정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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