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내 몰카까지 10만명이 공유”...'중국판 N번방'에 분노 폭발

2025-08-01

텔레그램 ‘마스크파크 트리홀 포럼’

매일 수만 건씩 불법 촬영물 공유

中 ‘10일 구금’ 처벌 수위 논란 재점화

중국에서 수십만 명의 사용자가 여성 불법 촬영물을 공유해 현지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남방도시보는 해외 암호화 통신 플랫폼인 텔레그램에서 불법 촬영물을 게시하는 '마스크파크 트리홀 포럼'이라는 그룹이 운영되고 있다고 처음 보도했다.

단체방은 최소 20개 이상의 하위방으로 구성됐으며, 전체 참여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용자 모두 중국 남성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방에는 매일 수만 건에 달하는 불법 촬영물이 공유됐다. 공공장소에 위장 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영상이 대다수였다. 초음파실, 공중화장실, 지하철, 쇼핑몰 등 다양한 곳에서 촬영된 몰카 영상이 공유됐다.

심지어 여자친구나 아내, 딸이나 어머니 등 여성 가족들의 영상까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 피해자는 로이터에 “전 남자친구가 나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을 몰래 사진으로 찍고 이 채팅방에 사생활이 담긴 사진과 함께 내 소셜미디어(SNS) 아이디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채팅방을 이용해 콘센트나 신발 등 일상용품에 숨길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했으며, 촬영하기 쉬운 장소나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텔레그램에서 여성들이 성적인 사진을 공유하도록 협박을 받은 한국의 'N번방' 사건과 비슷하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중국에서 차단됐지만 VPN을 통해 우회 접속이 가능하다. 텔레그램이 암호화되어있어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중국 현지는 충격에 휩싸였다. 보도가 나온 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당국의 검열 속에서도 관련 해시태그가 1100만회 이상 조회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는 2억 7000만회를 돌파했다.

여성 이용자가 다수인 샤오홍슈(RedNote)에는 “여성의 삶은 남성의 에로 소설이 아니다”, “이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이 나라에서 가정을 가지 않을 것”같은 글이 게재됐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의 한 IT 기업 사장이 사옥 여성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1만 건 이상의 불법 촬영물을 만들어낸 사건도 있었다. 당시 그는 불법 촬영 혐의가 적용돼 '10일 구금'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처벌 수위가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라오 동얀 중국 칭화대학교 형법 교수는 “중국에서는 비밀리에 촬영된 영상을 여성의 권리 침해가 아닌 음란죄를 적용한다. 몰래 촬영된 여성들은 '피해자'이며, 영상을 음란물로 취급하는 행위는 성인물 출연자로 취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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