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이다. 새해 새날의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는 날이라 다른 명절보다 각별한 느낌이 든다. 과거에는 새해 아침이 되면 집안 어른께 가장 먼저 세배하고 덕담을 들었다. 차례를 지낸 뒤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세찬으로 떡국을 먹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이날은 친지, 사돈, 친한 이웃 등을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하고 내어 준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고 한 해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그리고 준비해 간 달걀 꾸러미나 육포, 건어물과 같은 먹거리를 전하며 정을 표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면서 요즘은 이런 새해 풍경을 보기 어려워졌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전했던 전통은 이어졌다. 명절에 선물을 전했던 문화가 생겨난 배경에는 이날만큼은 배곯지 않아야 한다는 후한 인심과 나눔의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먹거리를 주고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궁핍에서 벗어나 경제가 성장하고 가족 구조 또한 변화하면서 명절선물은 점차 기호식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달라졌고,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간편하게 선물할 수 있게 됐지만 우리 고유의 정(情)을 나누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선물은 평소에 주고받는 선물과 느낌이 다르다. 명절이라는 선한 분위기에 훈훈함을 더하는 양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설에는 정을 담뿍 담은 우리 먹거리로 맛있는 새해 인사를 전하면 어떨까. 우리 쌀로 뽑은 가래떡부터 추운 겨울을 달콤하게 보낼 수 있는 과일, 명절에 받으면 더욱 반가운 고기까지 다양하고 풍성한 먹거리를 선물한다면 빈 곳간에 양식을 채우는 것 같은 넉넉한 기분을 들게 할 것 같다.
특히 지역농산물이나 농산가공품을 선물하고 함께 먹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맛에 대한 의견부터 생산된 지역과 연관된 추억과 경험을 소재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분위기도 금세 화기애애해진다. 먹거리 선물이 주는 즐거운 영향력이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우리 농산물의 안정 생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업 기술을 연구·개발 보급하는 업무 외에도 지역농산물의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설치된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통해 다양한 먹거리 제품과 융복합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이 우수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농가의 소득 창출을 도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는 선순환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농산물로 만든 명절선물용 상품을 소개하는 안내문을 제작 배포하여 우수한 농산가공품 홍보와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다.
오늘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면서 일찍부터 고향집을 찾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부모님과 가족을 위한 다양한 선물 보따리 가운데 우리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도 자리할 수 있길 기대한다. 맛있는 먹거리가 주는 행복과 먹는 즐거움, 나누는 기쁨까지 모두 느끼게 할 것이다. 아울러 명절 이후에도 우리 먹거리를 지속 소비하는 문화가 이어지길 바란다. 우리 농업과 지역사회를 지지하는 작은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