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 기간 내 무역협정 윤곽 확정, 유예 기간 뒤 상호 관세 취소 기대
인도, 미국에 '제로(0) 관세' 제안한 베트남에 '긴장'
"협상 결과에 따라 애플 등에 인도보다 베트남이 더 나은 선택 될 수도"
[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90일 유예로 시간을 번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과 베트남 간의 협상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 "90일 내에 BTA 초안 마련으로 추가 관세 취소 기대"
11일(현지 시간) 힌두스탄 타임스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인도 정부가 향후 90일 동안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더욱 서두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협상단이 90일 이내에 양자 무역협정(BTA) 초안을 마련한다면 미국이 유예 기간이 지난 뒤에도 인도에 대한 추가 상호 관세를 철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측 모두 트럼프 대통령 2기의 첫 주요 양자 협정 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이어 "양측 모두 기록적인 시간 내에 상호 이익이 되는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첫 번째 단계의 합의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 "인도는 미국과 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라며 협상을 마무리 짓는 마감일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3만 7000개 수출업체를 대표하는 인도수출기구연합(FIEO)의 아자히 사하이 사무총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강한 공격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동시에 소비자에 대한 원활한 상품 공급을 보장하는 데 있어 인도가 여전히 가장 신뢰할 만한 공급망 중 하나"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양국 간 교역액을 2030년까지 5000억 달러(약 722조 7000억원)로 늘리는 데 합의한 뒤 양측은 양자 무역협정(B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이 3월 초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데 이어 약 3주 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브렌든 린치 남·중앙아시아 담당 부대표가 이끄는 협상단이 인도를 방문했다.
인도는 미국과 BTA를 체결함으로써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하며, 미국은 이를 통해 인도로의 수출 확대 및 무역적자 축소를 노리고 있다.

◆ 인도, 美-베트남 '제로' 관세 합의 여부에 '촉각'
다만 베트남이 미국과의 협상에 나선 것이 인도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섬유·자동차·전자제품 제조 부문에서 베트남을 포함한 아세안 회원국들과 경쟁 중인 가운데, 인도에 대한 관세율이 아세안 회원국들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인도는 안도했었다.
CNBC 방송은 "베트남은 미국산 농산물 및 에너지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제안했고, 미국산 항공우주 및 방산 상품 구매 확대도 약속했다"며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에 훨씬 더 유리한 무역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의 (양보)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베트남의 제안으로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상호 관세를 0%로 낮추면 인도로서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매체는 "애플이 단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인도산 아이폰의 대미 수출을 늘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베트남 간 협상이 성사돼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관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게 되면 (애플에 있어) 베트남이 인도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전자 제조업체인 소스텍스트가 베트남에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오브리 캐피털의 마크 마티로시안 이사는 "미국과 베트남의 협정은 인도와 미국 간 협상에 틀림없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인도 경제 중 수출 비중이 크지 않고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베트남처럼 광범위한 양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