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식량 무기화…수단부터 가자까지 '굶어죽는 공포' 부활

2025-08-25

지구촌 기아 사망자 증가세 전환…권위주의 정권에 인도주의 대응 약화

지구촌에서 지난 수십년간 적어도 기아로 인한 사망은 줄어드는 추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단, 아프가니스탄, 예멘에 이어 이달 유엔 기구가 기아를 공식 선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까지 기근이 번지면서 세계 기아 사망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아를 연구하는 알렉스 드 왈 미 터프츠대 세계평화재단 사무총장은 "약 10년 전부터 기근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굶주림에 따른 사망자가 무서울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터프츠대 집계에 따르면 세계 기아 사망은 1960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세기 후반까지 반복되다가 21세기 들어서는 거의 소멸 수준까지 감소했다.

그러다가 2020년 이후 내전을 겪은 예멘과 에티오피아를 중심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굶어 죽었다.

2년 가까이 전쟁이 이어지는 가자지구에서는 인도주의 단체들이 210만명이 사는 봉쇄 지역에 충분한 식량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이 막아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구호품을 탈취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지난 3월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단행, 10주간 모든 인도주의 지원을 차단했다.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 지난 5월 일부 봉쇄를 완화해 미국과 함께 만든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제한적 배급을 허용했으나 식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지난 22일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가자지구에 사상 처음으로 식량 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IPC는 오는 9월 말까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 수준인 64만1천명이 기근을 겪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수단에서는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로 2년 이상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수단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천50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에 처했다. 특히 이 중 63만8천명은 재앙 수준의 기아 상태에 놓였다.

수백만 명이 농사를 포기하고 피란하면서 식량 부족은 악화하고, 식량 가격은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기근이 돌아온 이유 중 하나로 민주주의적 견제를 덜 받는 권위주의 지도자의 부상을 꼽는다. 이들이 식량을 무기로 삼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수십년간 구호 경험을 쌓아온 유엔 배급 시스템을 배제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GHF를 지난 5월 출범시켰다.

그러나 GHF 출범 이후 배급소에서 구호품을 받으려던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이 이스라엘군 총격에 사망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GHF의 즉각적인 해체를 요구해왔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에 기아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며 유엔이 거짓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단에서도 SAF와 RSF 양측 지도자들이 기근 증거를 일축하고, 상대 세력이 통제하는 지역 주민들 대상 식량 공급을 적극적으로 차단해왔다고 구호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전문가들은 기아가 재발한 원인으로 부실한 인도주의적 대응을 지목한다. 다자주의가 약화하고 원조 예산이 줄어든 탓에 대응이 제약받은 영향이다.

올해 1월에는 수십년간 세계 기근 데이터 수집을 주도해온 미국 기근 조기경보 시스템(FEWS NET)이 미국의 대규모 원조 삭감 조치의 하나로 중단되기도 했다.

프란체스코 케키 런던 위생 열대의학 대학원 교수는 FT에 "기근이 일단 시작되면 이를 되돌리는 일은 마치 초대형 유조선 조종과 같아서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최근 기근이 급증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아동 영양실조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점에 식량 안보를 개선하지 못하면, 아동 사망률이 이전보다 50배에서 10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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