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르기스스탄 최고봉에 고립된 러시아 여성 등반가의 구조 작업이 악천후로 결국 열흘 만에 중단됐다.
2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 등반가 나탈리아 나고비치나(48)는 지난 12일 키르기스스탄의 빅토리 봉에서 조난됐다.
빅토리 봉은 해발 7439m 높이로, 나탈리아는 하산 도중 다리를 다쳐 고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등반하던 동료가 구조 요청을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고, 이후 본격적으로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기온이 영하 23도 아래로 떨어지고 강한 눈보라도 몰아치는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구조 과정에서 동료 등반가들이 나탈리아에게 접근해 침낭과 텐트, 음식, 물 등을 전달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중 한 명인 이탈리아 등반가 루카 시니갈리아가 저체온증으로 숨지면서 상황은 나빠졌다.
이탈리아 외무부에 따르면 시니갈리아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더해 헬기 이송 등 나탈리아를 구조하려던 시도 또한 모두 실패했다.
사고 지점에 접근하던 키르기스스탄 국방부의 Mi-8 헬리콥터가 파손돼 조종사 등 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등반 구조팀이 나탈리아가 있는 지점 1km 밑까지 접근했지만 혹한으로 물러나야 했다.
지난 19일 드론 영상에서는 정상 인근 능선에서 나탈리아가 움직이는 모습이 관찰됐지만, 이후 날씨가 더 나빠지면서 구조대는 지난 23일 구조 작업을 공식 중단했다.
당국은 현재 그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구조대장 드미트리 그레코프는 “역사상 그 지점에서 구조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했다.
키르기스스탄 현지 언론에 따르면 80명이 넘는 등반가가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빅토리 봉은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7000m급 고봉으로,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고 강풍과 눈보라가 심해 '등반 난이도 최상급 산'으로 불린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