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만7000명 감염”…전 세계 여행지에서 퍼지는 ‘이 질환’은?

2025-08-01

방문 국가의 감염병 유행 정보 확인…필요한 예방접종 여부 전문가 상담

영유아·임신부 등 고위험군 대비책 마련…귀국 후 증상 발생시 즉시 진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감염병이 동시에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는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열 등 모기 매개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국내에서 드문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도 해외에서는 비교적 자주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전에는 반드시 여행지별 감염병 정보를 확인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미리 점검하는 것이 건강한 여행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한다. 영유아, 임신부,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백일해는 전염력이 매우 높은 호흡기 감염병으로, 감염자 1명이 평균 17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초기에는 콧물, 재채기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작적인 기침, 구토, 청색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는 면역력이 약해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사망 위험도 크다.

2023년 미국에서는 백일해 감염자가 4만명을 넘어섰다. 일본도 올해 누적 환자 수가 4만3000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2022년 31건에 불과하던 백일해 발생이 2023년 292건, 2024년에는 4만7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생후 0개월 영아가 백일해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예방의 핵심은 백신 접종이다. 소아는 생후 2, 4, 6개월에 기초 접종을 받고, 이후 15~18개월, 4~6세, 11~12세에 추가 접종을 받게 된다. 생후 2개월 미만의 영아는 예방접종이 어려워 감염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임신부는 임신 27~36주 사이에 백신을 접종해 태아에게 수동 면역을 형성할 수 있다.

◆수막구균 감염증, 빠른 진행 속도…“해외 감염 시 위험 더 커”

침습성 수막구균 감염증은 증상 발생 후 단 24시간 이내에도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진행이 빠른 감염병이다. 고열, 두통, 구토 등 감기와 유사한 초기 증상에서 시작해 급격하게 중증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존해도 청력 손실, 사지 절단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문제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해외 지역에서 감염될 경우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위험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국의 수막구균 감염증 발생 건수는 2022년 14건에서 2023년 28건, 2024년에는 3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수막구균 감염증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지 않아 실제 유행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감염 사례의 대부분은 6가지 수막구균 혈청군에 의해 발생한다. 국내에 도입된 백신을 통해 이 중 5가지를 예방할 수 있다. 동남아 주요 여행지인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는 B형 혈청군의 유행 비율이 높아 이를 포함한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국가마다 유행하는 혈청군이 다를 수 있다”며 “여행 전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백신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남아 모기 매개 감염병 급증…예방접종보다 ‘모기 회피’가 핵심

동남아 지역은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의 보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말라리아, 치쿤구니야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고열, 두통, 근육통, 발진 등 유사 증상을 보이며 일부는 관절통이나 출혈, 드물게 신경계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뎅기열은 중증으로 진행될 경우 쇼크, 장기 손상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들 질환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여행자들은 △긴 옷 착용 △모기 기피제 사용 △숙소 내 모기장, 방충망 활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가능하다면 해질 무렵 외부 활동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 “여행 전 감염병 정보 확인은 선택 아닌 필수”

전문가들은 감염병 예방의 핵심은 정보와 준비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전문가는 “최근 다양한 감염병이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다”며 “백일해나 수막구균 감염증처럼 전염력과 치명률이 높은 질환은 해외에서 감염될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 전 반드시 방문 국가의 감염병 유행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건강한 여행의 기본”이라며 “감염병 대부분은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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