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은행이라더니···" 설 곳 잃은 비대면 주담대

2025-01-10

다음 달부터 '비대면 주택구입자금대출'이 사실상 중단된다. 이에 따라 좀 더 저렴한 대출 금리로 은행 방문 없이 편리하게 주담대를 이용하려고 했던 고객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금융권에서는 무엇보다 시행이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담대를 이용하려는 고객들에게 안내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이달 말일 이후 잔금 예정 구입자금 비대면 주담대 판매가 막혔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취급 전체를 중단한 상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자체를 중단하진 않았으나 이달 말일 잔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입자금 주담대 고객에게 은행에 방문해야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영업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법원의 미래등기시스템 도입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수인과 매도인은 소유권 이전과 근저당설정 등기를 모두 공동인증서를 통한 전자 서명 방식으로 통일해야 한다.

현재 비대면 주담대의 경우 매도인과 매수인은 법무사의 도움 아래 오프라인 방식으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작성하고 근저당 등기만 전자등기로 진행한다. 이 경우 매수인은 비대면 대출 서류 작성 시 앞서 공동인증서를 통한 전자 서명을 이미 거쳐 은행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이 가능했다.

문제는 소유권 이전 등기의 경우 매수인과 매도인 모두 오프라인 방식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은 도입 후 10년이 지났으나 전체 계약의 약 5%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비대면 주담대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매우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매도인 입장에서는 매매대금을 받기 전에 먼저 소유권 이전 수락을 해줘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 만큼 전자 서명 협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도인이 전자등기를 사용하게 할 유인책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 구매 비용은 단위가 클 뿐만 아니라 매매하는 고객들의 연령이 고령층이 많아 비대면 주담대의 장벽이 더욱 높아진 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다음 달부터 비대면 주담대를 막아놓은 은행들은 전사시스템 개선 작업을 완료한 뒤 다시 비대면 주담대를 재개할 예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 등기도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비대면 주담대가 가능한 만큼 고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전산시스템 개선이 완료되면 다시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으로 당분간 고객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대면 주담대의 경우 대면 주담대 상품 대비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주담대 상품만 취급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영업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뱅크 작년 3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12조539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41조2240억원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법원행정처에 비대면 주담대에 한해 소유권은 오프라인 등기가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전달한 상태다.

단 일부에서는 앞서 근저당설정 등기를 전자 서명으로 처음 도입했을 당시 불안감이 높았으나 결국 보편화된 것처럼 향후 비대면 주담대 영업이 빠르게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분간은 인터넷은행에서 주담대를 고려했던 이들이 시중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생길 것"이라며 "단 소유권 이전 등기 전자서명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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