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 기업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2025-03-19

만약 쿠팡 로켓그로스(판매자로켓)에서 구매한 상품이 문제를 일으켰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상품을 제조한 제조사? 아니면 상품을 판매한 쿠팡?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판매자를 대신해 상품을 포장하고 배송, CS까지 제공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다. 단순 거래를 중개하는 오픈마켓보다는 플랫폼이 많이 개입하지만, 쿠팡이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로켓배송과는 조금 다르다.

미국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소송이 시작됐다. 18일(현지 시각) 더버지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의 40만 개의 위험한 제품을 리콜하라는 명령에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에서 제 3자가 판매하는 모든 위험한 제품에 대해 리콜할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아마존은 자사의 풀필먼트 서비스에 대해 “‘유통업체(Distributor, 이하 디스트리뷰터)’가 아닌 ‘물류 업체’에 불과하다”며, CPSC가 과도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비난했다.

아마존의 공급 체계는 크게 두 가지다. FBA(Fulfillment By Amazon)와 FBM(Fulfillment By Merchant) 방식이다. FBA는 쿠팡의 로켓그로스(판매자로켓)와 같은 방식이다. 아마존이 판매자의 제품을 자사의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배송과 반품 등 모든 처리를 담당한다. 반면, FBM은 판매자가 물류 보관, 배송, 반품 등을 모두 처리한다. FBM은 오픈마켓이라고 보면 된다. FBM에 비해 FBA는 아마존이 제품을 매입하지 않더라도 보관부터 CS까지 광범위한 통제력을 가진다.

CPSC는 지난 2021년 아마존을 고소했다. 아마존이 ‘디스트리뷰터’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문제가 된 제품들은 아마존 내에서 FBA로 판매됐었다. 제품은 감전 위험이 있는 헤어드라이어와 불량 일산화탄소 감지기, 가연성 위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아동용 잠옷이었다. CPSC는 아마존이 문제가 되는 제품의 노출을 중단, 폐기, 반품, 환불 유도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매자와 대중에게 해당 제품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지 않고 위험성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만약 아마존 FBA가 ‘디스트리뷰터’로 분류된다면, 법적 책임의 범위가 달라진다. 소비자와 대중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위험을 고지하고, 환불과 리콜을 진행할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2024년 7월, 행정 법원은 아마존을 ‘디스트리뷰터’로 보고, 문제 제품을 리콜하고 위험을 알리는 등 법적 책임이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CPSC는 이 결정을 재확인하며 아마존에 리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아마존은 FBA와 관련 단순한 ‘물류 업체’라고 주장하며 이에 반발했다. 문제가 되었던 제품을 직접 제조하거나 소유, 판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이러한 이유로 제품의 품질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피해 왔다.

이러한 법적 공방의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더버지는 보도했다. 또, 그동안 문제가 된 제품의 강제 리콜은 평균 5~7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책임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소비자는 안전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할 위험에 계속 노출된다.

미국 비영리단체 컨슈머리포트의 안전 책임자 윌리엄 월레스는 “아마존은 소비자 안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보다는 3년 이상 CPSC와 모든 단계에서 싸웠고, 이 사건에서 아마존은 ‘디스트리뷰터’이고 리콜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법에 따라 명확하다”며 “법원은 아마존의 (물류 업체라는) 주장을 기각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아마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위험한 제품이 틈새로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며, 심지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문제에 대해 쿠팡은 아마존과 유사한 입장이다. 쿠팡은 로켓그로스를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한다. 문제가 있는 제품의 권한과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위험 제품은 고지하고 있고, 해당 제품의 반품 및 CS도 담당한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전자상거래 플랫폼 풀필먼트 서비스의 책임 범위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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