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기초 의학을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어떻게 하면 암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가를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암 치료에 대한 뾰족한 방법이 없어 암은 바로 죽음과 연결되는 무서운 병이었다. 국내에서도 암은 의학적으로 해결해야만 했던 엄중한 숙제였다.
따라서 1970년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선택했던 연구 주제는 암을 유도하는 돌연변이 유발원을 식품에서 찾는 작업이었다. 당시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이었고 당연히 위암 발생은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식품과 깊은 관계가 있으리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유발원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에임스 테스트(Ames test)’라는 박테리아를 활용한 돌연변이 유도물질 검정방법을 확립해 상용 식품들을 대상으로 검색에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육류보다 생선류에서 발암원이 높게 검색됐다. 문헌자료들을 조사해보니 당시 세계에서 위암 발생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과 칠레였다. 바로 생선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가 암 발생률이 높다는 역학적 자료는 연구결과의 신빙성을 높여줬다. 따라서 그 이유를 밝히고자 했다.
그 결과 생선류의 단백질은 쉽게 분해돼 제2급 아민을 만들고 이들이 아질산염을 만나면 위액의 높은 산도에서 강한 발암물질이 된다는 사실을 규명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발암원의 생성을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었다. 음식문제이기 때문에 상용 식단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 전통식단은 채식 위주였기 때문에 각종 채소의 추출물을 사용해 돌연변이 생성 억제 효과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채소에 함유된 엽록소, 비타민씨(C), 각종 폴리페놀 등이 돌연변이의 생성 억제 효과에 유의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너무도 기뻤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식재료에 그 답이 있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래서 1980년대 초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대국민 계몽을 적극적으로 했다. 암 발생을 억제하려면 생선은 가능한 한 신선하게 먹어야 하고 섭취할 땐 채소를 함께 먹도록 권장했다. 또한 채소는 가능한 한 색이 짙은 것을 먹어야 암 억제 효과가 크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1984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류 소비량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그것도 열을 활용한 구이식 문화가 급증하고 있어 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무렵 일본 국립암연구소팀이 육류를 태우면 강한 발암물질이 생성된다고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기구이 방법을 비교해보니 발암원 생성능은 숯불구이가 가장 높고, 돌판구이, 철판구이 순으로 줄어들며 끓이거나 찌면 발암물질 생성률이 낮았다. 고기를 굽는 온도가 문제였다. 이때도 채소 추출물을 섞으면 돌연변이 유발능이 감소했다. 따라서 고기구이는 가능한 한 낮은 온도로 끓이거나 찌는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이 안전함을 강조하고, 육류도 항상 채소와 함께 먹기를 권장하게 됐다.
이러한 50년 전의 연구결과는 백세인의 장수요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부각됐다. 장수인 식단의 채식 비율이 높고 육류는 불에 바로 굽지 않고 찌거나 삶는 조리방법이 대종을 이루고 있음을 알게 돼 쾌재를 불렀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품은 암 발생 억제방안을 찾으려던 젊은 시절의 꿈이 백세인 연구를 하면서 빛을 보고 보람을 찾게 됐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