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 닫는 4대銀…단위 농협·인뱅에 수요 몰린다

2025-11-23

KB국민과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을 중단하면서 단위 농업협동조합과 인터넷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대출 옥죄기에 실수요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역 농협의 경우 올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기준 30~40%가량의 여유가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 원 정도된다.

이에 일부 단위 농협은 시중은행과 비슷한 금리로 대출에 나서고 있다. 서울 지역 단위 농협만 해도 최근 3개월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약 4.3%다. 용산과 마포·종로 등을 담당하는 서서울농협의 금리가 연 3.88%로 가장 낮았고 남서울농협과 강남농협은 각각 4.04%였다. 21일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은행채 5년물 기준 혼합형 주담대 금리인 3.98~5.51%의 하단 수준이다. 2금융권인 상호금융의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은행보다 높아야 하지만 비슷하거나 되레 낮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호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가 지침을 주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어 대출금리는 각 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며 “연말 농협 단위 조합들 사이에서 금리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에도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일일 주담대 한도를 자체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경우 신규 접수를 제한하고 있다. 케이뱅크의 관계자는 “최근 주요 시중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면서 주담대 신청이 과거보다 크게 늘고 있다”며 “일 단위로 접수를 막고 있다”고 전했다.

19일 신규 주담대 신청을 재개한 카카오뱅크의 상황도 비슷하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신청은 매일 오전 6시에 시작되는데 2~3시간 만에 일일 한도가 모두 소진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대형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경우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늘어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은 7조 8953억 원이다. 이는 당초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올해 한도 목표치(5조 9493억 원)보다 32.7%나 많다. 4대 은행 모두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로 연말까지 대출 조절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10·15 대책 이전에 늘어난 주택 거래 탓에 시차를 두고 대출이 나가고 있다”며 “주식투자 목적의 신용대출도 크게 늘고 있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5대 은행 기준 이들 20일 현재 가계대출 증가 폭은 2조 6519억 원으로 이미 지난달 수치(2조 5270억 원)를 넘어섰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 3843억 원이나 증가해 월말까지 열흘이나 남은 상황에서 2021년 7월(1조 8637억 원)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용 주담대 신규 접수를 막았다. 24일부터는 지점에서도 불가능해 대출 전면 중단이 이뤄진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을 제한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상황에 따라 신규 대출을 막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문제는 내년 초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당국과 협의 후 새해 목표치를 새로 받으면 가계대출의 숨통이 트였다”며 “하지만 현재 강력한 부동산 규제 기조를 보면 내년 1월이나 2월에 얼마나 대출을 풀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요 억제책, 특히 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대출 규제가 장기화할수록 나중에 부동산 가격이 한번에 튀는 부작용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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