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휴가 오히려 독...재래시장 아닌 해외 찾아"
외식·인터넷 쇼핑 문화 탓 골목상권 침체 현상 지속
학계 "민생쿠폰 대신 장기적 대안 내놔야" 이구동성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매출이 작년에는 재작년 대비 반토막이 났고요, 올해는 반의 반토막이 나겠네요."
지난 2일 찾은 서울 봉천제일종합시장. 골목 상인들은 추석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올해는 유독 휴일 수가 길어 추석 연휴에 재래시장이 아닌 해외로 발길을 돌린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수산시장을 운영 중인 A씨는 "매해 안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더구나 연휴가 길어서 다들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는데, 누가 재래시장을 찾겠냐"고 토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상인도 "연휴가 길어져서 내수가 활성화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골목상권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연휴가 길어지면 다들 외국으로 빠져나가는데 고향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시간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내수의 핵심인 젊은 층이 재래시장에 대한 발길을 끊었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한 상인은 "엄마들은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주로 젊은 세대의 소비량이 많다"며 "하지만 외식 문화에 익숙해진 젊은 층은 배달을 시켜 먹을 생각을 하지 식자재를 사서 요리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설령 요리를 하려고 해도 식품들을 재래시장에 찾지 않는다"며 "인터넷과 핸드폰 도입, 외식 문화가 자리 잡은 이후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죽었다"고 근심 어린 표정을 내비쳤다.
이에 재래시장에서는 명절 기간에 한정해서 전 등 차례 음식을 판매하는 현상이 만연해졌다. 상인들은 차례상 차리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고객을 겨냥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찬 시장을 운영 중인 B씨는 "저기 옆으로 네 칸이 모두 분식집, 술집 등 반찬과 거리가 있는 상점들"이라며 "하지만 추석 때만 되면 모두 차례상 차림용 음식을 판다"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부터 명절만 되면 원래 업종과 상관없이 전이나 튀김 종류 음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없는 살림에 그나마 매출을 올릴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작 골목 상인들은 1차 때만큼은 아니라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1차 때는 최대 40만원이었던 지원금액이 2차 때는 10만원으로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잡화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1차 때는) 저소득층을 위주로 지원 금액이 많았기 때문에 확실히 사람들의 씀씀이가 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도 "10만원으로 요즘 시대에 뭘 할 수 있냐"며 "밥 한번 먹으면 다 쓰는 금액으로 소비가 늘어날 리 없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일회적으로 지원 금액을 지원하는 단기 정책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보다 할인 형태로 혜택을 주게 되면 같은 예산을 쓰더라도 지속 기간이나 실제 소비 증가 폭을 늘릴 수 있다"며 "예를 들어 15만원의 지원금을 주게 되면 소비도 딱 그만큼 늘게 되지만, 10%의 할인권을 준다고 하면 똑같이 15만원을 지원한다고 해도 실제 소비는 150만원이 늘어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고 설명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전에는 나름대로 소비 진작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현재 수치로 나오는 것을 얼추 봤을 때 생각보다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 지원 정책보다는 할인권을 주는 등보다 지속 기간이 높은 정책들이 골목상권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stpoems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