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추석 풍경…“과일·정육 대신 모바일 쿠폰, 손맛 대신 밀키트”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일·정육 선물세트가 ‘효도 선물’의 상징이던 시대는 저물고, 대신 모바일 상품권과 커피 쿠폰이 명절 선물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차례 음식 역시 집에서 장만하기보다 밀키트·간편식·외식으로 대체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
◆모바일 상품권, ‘추석 선물’ 대세로
4일 KT알파에 따르면 기업 전용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 ‘기프티쇼 비즈’를 통해 추석 직전 5영업일간 발송된 모바일 상품권은 전년 대비 28.4% 증가했다. 지난 설과 비교하면 무려 95% 급증했다.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스타벅스 커피 쿠폰(27.7%)이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쿠폰(16.7%) △신세계·이마트 상품권(12.5%) △메가MGC 커피쿠폰(9.7%) 등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의 ‘2025 추석 연휴 인식 조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성인 1000명 대상 설문에서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현금·상품권(49.4%)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과일 세트(23.2%)·건강기능식품(20.5%) 등이 뒤를 이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21.7%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과거 ‘의무적 선물’ 문화가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대면·디지털 문화, 명절 풍속 바꾸다…명절 음식, ‘손맛’에서 ‘효율’로
전달 방식에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직접 전달(42.8%)이 많지만, 계좌이체(22.5%)와 모바일 쿠폰 전송(10.9%)이 빠르게 늘었다. 모바일 선물 비율은 불과 1년 전 7.4%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자리 잡은 비대면 문화와 모바일 중심 소비 습관이 이제 명절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명절 상차림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직접 조리한다’는 응답은 34.1%에 불과했다. 밀키트·외식으로 대체한다는 응답이 33.7%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20~30대의 25%만이 직접 조리한다고 답했다. ‘전혀 준비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를 넘었다. 50~60대는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직접 재료를 사서 조리한다고 답해 세대별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전문가들 “명절, 전통보다 실용성”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단순한 소비 패턴의 변화가 아닌 명절에 대한 인식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가치소비 흐름이 명절에도 스며들었다”며 “선물은 실용적인 상품권·포인트, 음식은 간편식으로 대체되며 전통보다 실효가 우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풍경의 변화는 세대 간 간극을 잘 보여준다”며 “기성세대는 여전히 전통을 중시하는 반면, MZ세대는 효율과 개인 라이프스타일을 더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추석 직전 5영업일간 모바일 상품권 발송이 설 대비 95% 증가한 점은 일회성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임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명절 마케팅 전략에서도 모바일 중심 접근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명절 음식 역시 손맛 중심 문화에서 ‘경험과 효율’을 중시하는 문화로 전환 중”이라며 “밀키트·외식 수요가 정착되면서 식문화 전반의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라진 추석, 새로운 ‘명절 공식’으로
‘가족 중심의 의례’였던 명절은 점차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휴식기’로 전환되고 있다.
선물은 ‘실용성’, 음식은 ‘간편함’, 만남은 ‘비대면’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추석 풍속도가 형성된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 변화를 기회로 삼고 있다.
모바일 쿠폰 발행, 밀키트·간편식 상품 출시가 명절 매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소비자 만족도 역시 높다.
이제 추석의 풍경은 더 이상 ‘전통의 반복’이 아닌 세대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계속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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