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기술수출 ‘뉴코 전략’이 뜬다

2025-10-13

디앤디파마텍(347850)의 파트너사인 멧세라가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뉴코(NewCo)’ 모델이 K바이오의 새로운 기술이전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코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이 특정 물질이나 기술을 중심으로 별도 회사를 세워 신약을 상용화하는 사업 방식이다. 기존 국내 시장에서는 뉴코로의 기술수출을 저평가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충분한 자금으로 효율적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멧세라의 주가는 화이자의 인수 발표 전인 지난달 19일 33.32달러에서 현재 52.87달러로 58.7% 상승했다. 멧세라는 디앤디파마텍에서 기술이전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DD02S’ 등 6개 신약 물질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멧세라는 미국의 주요 VC인 아치벤처파트너스와 파퓰레이션헬스파트너스가 주축이 돼 설립한 뉴코 기업이다. 화이자가 멧세라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디앤디파마텍은 사실상 화이자의 파트너사가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뉴코에 기술이전을 할 경우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이름 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디앤디파마텍이 지난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때 한국거래소도 뉴코 모델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멧세라와의 기술이전 계약과 관련해 더 엄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기업 이름을 비공개로 요청하는 등 은밀한 경영 방식 탓에 ‘실체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멧세라의 성공 사례로 뉴코 모델의 장점이 재평가되고 있다. 뉴코의 가장 큰 경쟁력은 도입한 물질이 기술개발의 중심인 만큼 인력·자금 등 모든 자원을 집중해 효율적인 신약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러 신약 물질을 보유하고 동시에 개발하는 빅파마들은 시장 변화에 따라 개발 우선순위를 자주 조정하기 때문에 이전한 기술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반환될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뉴코는 특정 물질에 대해 집중해 임상 등에 나서기 때문에 이같은 위험이 적고, 속도도 더 빠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뉴코 기업은 빅파마 출신의 성공적인 신약 상용화 경험을 갖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며 “빅파마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에 유리한 데이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은 뉴코와의 협업으로 신약 개발 노하우와 역량 축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중에 뉴코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곳은 디앤디파마텍 외에도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나이벡(138610), 에이비온(203400) 등이 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미국 네비게이터메디신과 9억 4475만 달러(약 1조 3000억 원) 규모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IMB-1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네비게이터메디신은 현재 이 물질을 중심으로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이전 계약 이후 1억 달러(약 1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나이벡과 에이비온은 미국 소재 뉴코(비공개)와 각각 4억 3500만 달러(약 6000억 원), 13억 15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전문가들은 뉴코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때 자금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입을 모은다.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개발 과정을 감당할 만한 ‘총알’을 갖고 있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뉴코의 메인 투자자가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경우 국내 시장에서는 불가능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임상을 끌고 갈 수 있다”며 “뉴코의 적극성과 자금력을 생각하면 애매한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하는 것보다 뉴코로의 기술이전이 훨씬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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