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께서 직접 소감을 전하셨다면 좋았을 텐데, 오늘따라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네요."
고(故) 유상철 전 인천 감독의 장남 유선우(25) 씨는 트로피를 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 16일 서울 종로구 아사정책연구원에서 제2회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개최했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 부문' 헌액자로 선정됐다. 유 감독은 1994년 현대 호랑이(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수비, 미드필더, 공격을 가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멀티플레이어로 이름을 날렸다. 1998년엔 K리그 득점왕까지 차지했다. 일본 J리그 무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뒤 2005년 울산으로 복귀해 이듬해 현역에서 은퇴했다. 태극마크를 달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시원한 중거리 슛 득점으로 한국의 2-0 완승에 쐐기를 박은 건 지금도 팬들이 떠올리는 유 감독의 명장면이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은 유 감독은 인천을 이끌던 2021년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은 아들 유 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참석했다. 행사 후 유 씨와 유 감독의 절친한 후배 현영민(46)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을 만났다. 현 위원장은 유 감독의 건국대 후배이면서 현역 시절 울산과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유 씨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아버지 대신 참석하게 돼 기쁘다"면서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현 위원장은 "(유)상철이 형은 항상 팀과 팬이 우선이었던 선수다. 더는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지만, 영원히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초·중·고를 미국에서 다닌 탓에 아버지가 뛰거나 지도한 경기를 본 기억이 많지 않다. 유 씨는 "난 학창시절을 타지에서 보냈고,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활약하시느라 바빴다. 부자가 상봉하는 건 1년에 한두 번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사실 난 2002년 월드컵에 대한 기억도 없다. 어린 시절 내게 아버지는 그저 바쁜 '축구 선수'였다"고 했다.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게 된 건 성인이 된 뒤다. 유 씨는 한국외대 3학년 때이던 2023년 K리그1 구단 수원FC에서 1년간 통역을 맡으면서 아버지의 진면모를 봤다. 그는 "축구계에 들어와 보니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유상철은 어딜 가나 '존경하는 선배' '레전드'로 통했다. 그때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이자 훌륭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알았다"고 털어놨다. 현 위원장은 "상철이 형은 항상 웃고 계셨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유상철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유 씨는 대를 이어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는 직업을 갖는 게 꿈이다. 그는 "축구 관련 직업을 갖겠다. 김태영·이천수·현영민 삼촌 등 아버지와 친했던 2002년 월드컵 멤버들이 항상 많은 용기를 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고 했다. 그는 "사실 아버지는 감독 나는 통역으로 같은 팀에서 부자가 활약하는 것을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그건 이뤄지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한국 축구의 발전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 감독 외에도 김병지, 데얀, 김주성(이상 선수 부문), 정몽준 KFA 명예회장(공헌자 부문), 김호 전 수원 감독(지도자 부문)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