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신고와 윤리경영 [민창욱 변호사의 ESG 길라잡이]

2025-02-28

내부 신고 시스템은 준법·윤리경영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이다. 회사의 내부 신고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운영된다면 임직원 등의 위법 행위를 조기에 식별하여 예방할 수 있다. EU는 2019년 ‘내부 신고자 보호지침’(Whistle blowing Directive, 이하 ‘WBD’)을 채택하여 50명 이상의 임직원을 둔 기업은 의무적으로 내부 신고 채널을 설치하도록 했는데, WBD는 전문(前文)에서 “관련 정보가 문제의 근원지에서 조사 및 구제권한자에게 신속히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와 관련된 부정행위는 업무 관계자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으므로, 이들이 사내 절차를 통해 신속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당수 임직원들은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회사의 내부 신고 채널에 제보하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내부 신고 시스템은 기밀성 또는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밀성(confidentiality)은 신고자의 신원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다. EUWBD는 신고자의 신원이 사건 접수 및 조사 관계자에게만 제한적으로 공유되어야 하고, 신고자의 동의 없이 그의 신원을 직·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실무적으로는 신고 접수, 상담, 조사 등에 관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비밀유지 위반 시 효과에 대해 반복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실제 국내 법원은 내부 신고자의 신원을 누설한 회사의 직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하기도 했다.

익명성(anonymity)의 보장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회사가 최소한 1개 이상의 내부 신고 채널을 익명으로 운영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익명 신고는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후속 조사가 어렵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다만 글로벌 기관(Navex Global)의 2020-2023년 통계에 따르면 익명 신고의 신뢰도는 약 33%로서 전체 내부 신고의 신뢰도 약 4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익명 신고의 건수가 실명 신고보다 10% 이상 많고, 익명신고서 제출 후 상담 또는 조사가 진행되는 비율이 23%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익명 신고의 신뢰성이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회사는 웹기반의 익명신고 채널을 구축하거나 제3자에게 운영을 위탁하여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익명신고자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소통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내부 신고의 기밀성과 익명성을 보장하더라도 여전히 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는 보복 금지 정책을 엄격히 수립하고 필요한 보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EUWBD는 내부 신고자가 신고 당시 위반 행위 정보가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었을 경우 보호 조치를 제공하는데, 보호조치 대상자에게는 해고, 감봉, 계약 갱신 거절, 업무 또는 근무시간 조정, 부당한 성과 평가, 괴롭힘 또는 차별, 소셜미디어를 통한 평판 훼손 등 일체의 불이익 조치가 금지된다. 내부 신고자가 소송에서 불이익을 입었다고 주장하면 이를 회사의 보복행위로 추정하되 그러한 불이익이 내부 신고로 인한 보복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회사가 증명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했다. 회사는 내규에 보복행위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보복행위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내부 신고를 방해하거나 신원을 누설한 사람 등에 대한 제재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내부 신고 시스템을 활성화하려면 신고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조사 절차를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 신고자는 제보 후 후속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자신의 신원이 보호되고 있는지, 상급자가 조사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을지 염려한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가해자와 같은 근무 공간에 머무는 것이 고통스러워 신고 후 매일 회사의 응답을 기다리기도 한다. 미국 법무부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평가지침(ECCP)은 회사가 내부 신고 조사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타임라인을 설정하는지, 조사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되는지 등을 내부 신고 시스템의 효과성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다. EU WBD도 회사가 일정 기간 내에 신고자에게 사건 접수 통지를 하고 후속조치 경과 등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회사는 내부 신고 및 조사 절차의 단계별 타임라인을 공개해 신고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고 각 단계마다 피드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조사 및 징계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면 회사의 내부 신고 시스템이 임직원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