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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업체가 어떻게 나올 수 있죠.”
지난해 10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부산에 있는 한 파견업 허가 업체의 ‘업적’을 보고 놀라면서 한 말이다. 이 업체는 2023년 하반기 반기 기준으로 1만 3000여 명의 근로자를 파견했다. 단일 업체로는 고용노동부가 파견 사업 현황 통계를 낸 이후 최대였다. 이 숫자는 대부분 영세 업체로 이뤄진 파견업 상황을 보면 불가능하다. 이 업체 한 곳의 파견 인원은 당시 파견 허가 업체 1곳당 평균 70명과 비교하면 약 186배에 이른다. 2200여 곳의 파견 허가 업체 가운데 실제 파견 근로자를 보낸 곳은 절반에 불과한 상황에 비춰보면 비정상적이다. 이 업체는 앱을 활용해 구직자를 모았다. 앱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운 일인가 하고 반문할 수 있지만 파견 업체(고용부 통계 기준) 중 앱 활용은 처음이라고 한다. 파견은 구직자를 직접 만나 사업장을 설명하고 근로계약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잊고 있던 이 업체를 다시 꺼낸 이유는 최근 고용부가 전국 산업단지와 영세 제조 업체의 파견 실태 감독을 발표해서다. 감독 대상 중 38%에서 불법 파견이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법으로 금지된 직접 생산공정에 파견을 썼다. 파견 시장에 부조리가 만연해 고용부가 손쓸 수 없을 정도라는 노동계의 한탄이 과장이 아니었다.
‘부산 업체’와 ‘고용부 감독’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합법화된 파견에 의문을 던진다. 파견은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했지만 불안한 고용 형태인 간접 고용을 늘렸다. 부산의 파견 업체는 일용직이나 3개월짜리 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를 파견 시장에 밀어 넣고 있다. 지난해 6월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사고를 낸 1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도 불법 파견이 있었다. 불법 파견은 사측의 안전 불감증을 낳고 근로자의 안전요구권을 제한한다.
노사가 각각 파견 금지와 파견 확대를 주장하면서 끝 모를 대치 중이다. 노사가 답을 못 찾는다면 정부라도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현 정부의 슬로건인 법치주의는 불법 파견 단속에 써야 할 말이다. 정부는 불법 파견이 근로자가 원했는지, 업체의 부당한 이윤 추구인지 등 현장을 면밀히 봐야 한다. 파견 업체 규모를 키워 파견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