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티베트 고원에서 수십 년간 유적을 발굴해온 고산지대 고고학자 마크 알덴더퍼 교수를 토론토로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그는 해발 4000m가 넘는 고원의 바람 속에서 고대 문명의 흔적을 추적해 온 석학이다. 이날 강연에서는 티베트의 초대 제왕인 송첸 감포(Songtsen Gampo)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부터, 불교가 전래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문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한때는 ‘잊힌 문명’으로 간주되었던 샹슝(Zhangzhung)문화가 최근 들어 중국 정부의 역사 전략 속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샹슝은 티베트 서부 지역에 기반을 둔 독립된 고대 왕국으로, 본교(Bon)라 불리는 토착 신앙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7세기경 송첸 감포의 티베트 제국에 병합되었지만, 오늘날 중국은 이 샹슝을 단순한 ‘티베트 이전’ 문명으로서가 아니라, 중화 문명의 일부로 편입된 다민족 제국의 한 갈래로 재해석하고 있다.
국가가 지원하는 샹슝에 대한 고고학 발굴, 전시, 연구 프로젝트의 해석들은 티베트 불교의 중심성과 인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히말라야 지역에 대한 역사적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알덴더퍼 교수의 발굴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샹슝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지역에서 발견된 고고학적 유적들이 ‘티베트 문화의 발상지’라 불리기에는 사회적·경제적 발전 수준이 낮고, 고도로 발전된 정치·종교 중심지로는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이러한 복잡하고 미완인 유산을 단선적인 내러티브 속에 편입시키고 있다. 샹슝은 누구의 역사인가? 일본의 과거사와 고고학 왜곡 역사를 잘 아는 우리로서는 역사의 왜곡이 미치는 민족의식의 왜곡을 반추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헌재 재판 과정이 훗날이라도 역사 왜곡의 족쇄가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