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도, 한화도 최종병기는 ‘형’

2025-08-12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올스타 휴식기에 주요 베테랑 선수들과 회식을 했다. 장소는 서울의 한 한정식집. 계절에 맞는 제철 메뉴가 나오는 곳으로 미식가로 알려진 염경엽 감독의 취향이 묻어난 맛집이었다. 음식만큼 맛있는 대화가 필요했던 그곳에서의 식사 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LG는 후반기는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후반기 21경기에서 승률 0.810(17승4패)을 거두며 5.5게임차까지 벌어졌던 한화를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염 감독은 후반기 반등 비결을 묻는 말에 바로 그날의 회식 얘기를 꺼냈다. 베테랑들과 신뢰를 주고받는 소통으로 시즌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힘이 따라온 것에 대해 감사함을 나타냈다. “고참들에게 고맙다”는 직접 표현도 곁들였다.

LG는 후반기 들어 1점차 승부에서 8승1패를 기록했다. 승부처에서의 타선 집중력 그리고 불펜의 변화가 박빙 상황에서 극강의 경기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염 감독은 그보다 더 큰 배경으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지목했다.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덕아웃 공기에 깊이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는 주체가 주장 박해민과 김현수, 오지환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라는 평가였다.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개막 이후 여러 카드를 써보면서 장기전 뎁스를 만든 염 감독은 조금 더 확실한 결과가 필요한 정규시즌 마지막 구간과 가을야구까지 주요 베테랑들을 중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경기력뿐 아니라 전체 선수단에 미치는 리더십까지 고려한 계산으로 보인다.

LG와 ‘2강 구도’를 만들고 있는 김경문 한화 감독 또한 비슷한 스케치를 하고 있다.

LG를 5-4로 잡은 지난 10일 잠실 경기에서는 안치홍을 108일만에 선발 2루수로 썼다. ‘새 식구’인 손아섭을 1번 지명타자로 앞세우면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활용폭을 넓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은 “앞으로 손아섭도 우익수로 낼 생각이다. 두 선수 활용폭을 넓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개 큰 경기에서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기대에 근접한 결과를 내는 확률이 높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경문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상황별로 다양하게 기용할 수 있는 ‘옵션’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10일 LG전에서는 손아섭이 ‘밑장빼기’ 슬라이딩으로 홈에서의 아웃 타이밍을 세이프로 바꾸는 묘기를 펼치기도 했다. 이 또한 코칭스태프가 개입할 수 없는 ‘순간의 재치’였다.

LG도, 한화도 우승으로 가는 최종병기는 같아지고 있다. 최종병기는 ‘형’이다. 선수단 안에서 베테랑들이 ‘형’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큰 경기일수록 그라운드의 선수는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의 진가가 가을에 자주 드러나는 이유다.

나이와 연차를 불문하고 경쟁 모드로 팀을 끌어갔던 김성근 ‘불꽃야구 감독’도 SK 사령탑이던 2007년 정규시즌에는 젊은 선수의 속도와 패기를 앞세웠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 김재현을 중용하며 우승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었다. 김재현은 그해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2022년 SSG가 초대 우승을 할 때도 한국시리즈 MVP는 결정적인 홈런을 때린 베테랑 김강민이었다. 2023년 LG의 29년 우승 갈증을 푼 주연도 베테랑 오지환이었다. 2021년 KT에 첫 우승 트로피를 안긴 마술사 또한 그해 초베테랑 내야수로 활약한 박경수였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베테랑들이 영웅으로 탄생했던 것은 어쩌면 그저 기억이나 경험이 아닌 과학에 가깝다. 김경문 감독과 염경엽 감독은 지금 큰 싸움판으로 나가면서 같은 곳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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