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행정 서비스를 혁신하고, 사이버 공간의 지능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적 세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 AI는 도시의 거리와 공간을 스스로 판단하며 누비고 있다. 하지만 이 눈부신 변화 뒤에는 우리가 반드시 직시해야 할 서늘한 경고가 숨어 있다. 바로 이 새로운 지능이 도시의 전력을 집어삼키는 엄청난 '대식가'라는 사실이다.
생성형 AI 구동을 위한 데이터센터, 도시 전체를 운행하는 전기차(EV), 24시간 가동되는 로봇 충전소까지. 지금의 낡은 도시 전력망은 AI라는 '에너지 뱀파이어'를 감당하기 버겁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부담'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지능적으로 관리하고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도시는 기존의 낡은 전력망을 첨단 인프라로 업그레이드하고 '에너지 자립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대전환의 시대, 이제 에너지 전략은 도시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다. “전기를 아껴 쓰자”는 소극적 접근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스마트 에너지 유기체'로 재설계하는 담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더 이상 중앙 정부가 내려주는 자원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각 도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도시를 단순한 물리적 인프라가 아닌, 데이터와 AI를 통해 시민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도시 운영체제', 즉 V-COS(Value-Creating Operating System)의 관점에서 접근해 보자.
첫째, 도시 데이터를 통합하여 지역 단위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주도하는 것이다. 섹터 커플링이란 전력, 열, 가스 등 서로 다른 에너지원을 연계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데이터와 산업 공정의 데이터를 결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만약 데이터가 도시를 흐르는 '혈류'라면, 전기는 그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산소'다.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가 일반인보다 뛰어난 심폐지구력을 가진 것처럼, AI 도시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공급하고 순환시키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섹터 커플링은 도시와 산업의 데이터를 결합해 전신의 대사량을 조절하는 최첨단 순환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서로 분절되어 있던 전력, 가스, 도시, 산업 데이터를 연결하면, 낭비되는 에너지는 줄이고 활용 효율은 극대화하는 유연하고 강인한 도시 체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지역 내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직접적인 혜택으로 이어진다.
둘째, '디지털 트윈'을 도시 에너지 정책의 리허설 무대로 활용해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도시에 태양광을 얼마나 더 깔아야 하는지, 전기차 충전소를 어디에 배치해야 전력망에 무리가 없는지, 먼저 실험하고 시뮬레이션해보는 것, 천안시 거점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에서 추진 중인 '버추얼 스테이션(Virtual Station)'도 유사한 사례다. 이처럼 실제 도시의 흐름을 가상에서 미리 검증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행정을 구현하여 시민과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최적의 에너지 믹스(Mix)를 찾아낼 수 있다.
결국 미래 도시의 승패는 누가 더 똑똑하게 에너지를 관리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재난이나 위기,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시 기능이 유연하게 작동하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춘 도시는 글로벌 기업과 인재들이 앞다투어 찾아오는 매력적인 거점이 될 것이다.
화려한 가시적 성과(KPI)를 넘어 보이지 않는 도시의 혈관, 에너지 인프라를 튼튼히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AI 도시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심장으로 힘차게 뛰게 만드는 확실한 길이 될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정보융합기술·창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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