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5% 달성을 자신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지급준비율 및 기준금리 인하를 내년으로 미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잦아들지 않으면서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장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5일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의 한원슈 부주임은 전날 ‘2024~2025년 중국경제 연례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5%로 세계 경제성장에 대한 공헌도가 30%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취업과 물가가 안정을 유지하고 국제수지는 균형을 이루며 외환보유액도 3조 2000억 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해 세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엔진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초 이르면 연내 지준율이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내년으로 미뤄지는 양상이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중국은행의 관타오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이 여전히 25~50bp(1bp=0.01%포인트)의 지준율을 인하할 여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연일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인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6분기 연속 하락했으며 1분기 더 하락한다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때 기록과 맞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당시 1998년 2분기부터 이듬해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 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에서는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해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져 수요가 억눌려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다시 격화하면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중국의 생산과잉 문제는 더욱 해결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려를 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내년 중국의 수출 전망이 어두워졌다”며 “해외 수요 악화로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