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매년 반토막" 위기의 중소기업…법인 파산 역대 최고

2024-10-23

“코로나 이후로 해가 지날 때마다 영업이익이 매년 반토막 났어요. 재작년 3000만원, 작년 1500만원이었다가 올해는 완전 적자가 났는데,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여서 결국 사업을 접었어요.”

경기 광명시에서 10년 동안 직원 4명 규모의 가구 회사를 운영했던 김모(52)씨는 지난 10일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고 폐업했다. 김씨는“올해 매출이 크게 줄면서 현금 흐름이 악화했고, 지난 여름에 은행 이자를 연체할 정도의 상황이 됐다. 결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했다”라며 “다시 잘된다는 확신이 있다면 어떻게든 버텼을 텐데, 사업을 이어나갈 자신이 없어 남은 자산을 처분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까지 버텨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덧붙였다.

23일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9월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1213건) 대비 19% 증가한 1444건이었다. 같은 기간 역대 최고치다. 빚을 갚을 수 없어 파산하는 방식으로 폐업하는 법인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1657건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파산하는 법인이 늘자 법조계도 분주해졌다. 파산 재단의 재산을 관리·처분하는 파산관재인이 대표적이다. 서울회생법원에서 법인 파산관재인을 맡고 있는 최효종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3~4년 전만 해도 파산관재인에게 신건이 배당되는 횟수가 1년에 10건 정도였다고 하는데, 올해는 벌써 25~30건 정도는 된다”라며 “최근엔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자 파산하는 스타트업이 많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10곳 중 4곳은 ‘좀비기업’

파산하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도 상황은 좋지 않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사업체의 비중은 42.3%로 나타났다. 2010년 통계 편제 이후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42.3%)과 같은 수준이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지표가 100% 미만이라면 1년 동안 번 돈 전부를 이자를 갚는 데 써도 모자란다는 뜻인데, 이런 한계 기업이 10곳 중 4곳이라는 의미다.

한계 기업이 늘면서 정책 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금 가운데 회수하지 못한 비율은 지난해 4.2%로 역대 최고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금 중 회수된 금액 비율은 10.1%를 기록해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물가와 환율 압박에 국내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이어지며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졌고, 대기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복원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크게 타격을 받는 것”이라며 “금리가 점차 내림세를 보이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아직 높은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위기 언제까지 이어질까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위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산도 비용이 드는데 그걸 치르면서 사업을 그만둔다는 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는 것”이라며 “경제 주체들이 이미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소비·투자 등 경제 지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내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내수는 침체했고, 수출은 중국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파산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가 더 빨라야 내수가 살아날 텐데 주택 가격이나 가계 부채 문제로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정을 풀거나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경기가 좋아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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